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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원순 “몇달간 긴 여행했던 것 같다”…고심 끝 하차

등록 2017-01-26 20:11수정 2017-02-01 11:25

촛불정국서 지지율 3% 미만으로
“국민 마음 얻지 못해” 솔직히 인정
‘야권 공동경선’ 거부돼 결단 의견도
시장 3선 도전 “얘기할 단계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날은 지난 2011년 닻을 올린 ‘박원순 정치’의 고빗사위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26일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3%대 아래까지 추락한 지지율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계기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난 뒤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의 ‘아름다운 양보’를 받으며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다. 취임 초 20조원에 육박하던 서울시 채무를 크게 줄이면서,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 신속한 대처와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며 한국갤럽이 같은 해 6월9~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받아 여야 대선주자 후보군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nesdc.go.kr 참고). 그러나 이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 악재를 맞으며 완만하게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박 시장이 결정타를 맞은 건 역설적이지만 지난해 11월 ‘촛불 정국’에 들어서면서다. 박 시장은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에 대비해 화장실 개방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증편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 해소와 안전관리에 힘쓰며 서울시장의 역량을 십분발휘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을 앞장서 외친 이재명 성남시장의 ‘사이다’ 발언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 한 채 지지율 5%대의 하위권 주자로 밀려났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정감에 있어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약하고, 공격적인 면에선 이 시장보다 약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며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나왔다.

박 시장 쪽에선 “1월말까지 지지율 10%대를 회복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친문패권’ 문제를 지적하며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지율은 계속 추락해 박 시장은 이번달 한국갤럽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똘똘 뭉쳐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그런데 온건 중도진보의 모습을 보였던 박 시장이 갑자기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문재인을 청산하자’고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억지로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으로 비쳐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야권 공동정부 구성을 위해 공동경선을 실시하자’는 자신의 제안이 당 지도부에 의해 거부된 데 대한 반감의 표출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시장은 전날 밤 대선 불출마를 최종 결심한 뒤 일부 가까운 당내 인사들에게 결심을 전했으나,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에는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 박 시장의 탈당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 시장은 “(불출마 선언은) 당의 경선 규칙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 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선을 포기한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을 안전하고 시민들이 행복한 세계 최고의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 서울시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 쪽에선 “지금 그런 걸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손을 내젓고 있지만,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을 포기하면서 경선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대신 ‘성찰과 단련의 계기로 삼겠다’고 솔직히 준비 부족을 인정하면서, 정치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불출마 선언 뒤 서울시청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짧지만 지난 몇달간 너무 긴 여행을 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 두번을 어렵지 않게 됐던 것 때문에 정치라는 걸 잘 몰랐던 것 같다”며 “그동안 확인한 민심을 성찰하고 추스려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하어영 최우리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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