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지사(오른쪽·바른정당)와 안희정 충남지사(더불어민주당)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 대검 등을 세종시로 옮겨,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정치·행정 수도로 만들자”고 선언한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소속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9일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완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다른 주자들도 공약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52살(1965년생) 동갑인 안 지사와 남 지사가 소속 정당을 뛰어넘어 정책 이슈에 한 목소리를 내며 이번 대선 판을 ‘좌-우 대결’이 아닌 ‘신-구 대결’ 구도로 만들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지사와 남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정부는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로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권력집중으로 비대해진 중앙권력은 곳곳이 썩어 들어가고 있다”며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세종시를 완성해 대한민국의 비전을 바로 세우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부처가 이미 옮겨가 있는 세종시에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대검찰청 등 정치·사법의 중심기관까지 모두 이전해 효율성을 높이고, 서울에 몰려있는 권력과 부를 전국으로 흩어놓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두 지사의 회견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젊은 대선주자들의 ‘공동 정책공약 발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 지사와 남 지사는 최근 각각 야권과 범여권 내부에서 차별화된 행보를 하면서, 서로를 향해 ‘덕담 릴레이’를 주고 받아왔다.
안 지사는 ‘같은 친노무현계라 비호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최근 민주당 안팎의 무차별적 ‘문재인 때리기’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 지사는 수도 이전과 모병제 도입 주장에 이어 최근 ‘선거연령 18살 하향’ 등을 앞장서 제기하는 등 바른정당 안에서도 한발 빠른 개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주도하는 민간싱크탱크 행사에도 참석해 진보·보수를 뛰어넘는 새 시대 비전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파주시에 평화경제특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보폭을 나란히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각각 야권(좌)과 범여권(우)의 ‘대표 선수’로 꼽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세대교체론’에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 지사는 이날 회견 뒤 기자들에게 “그동안 정치가 보수-진보, 좌-우로의 편가름 프레임으로 사실 ‘장사’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좌-우 이념대결을 할 게 아니라 실용적 솔루션을 찾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좌-우 이념대결이 아닌 올드 앤 뉴,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의 대결구도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도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한민국에 젊은 도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캐나다의 트뤼도나 미국의 오바마와 같이 좀 젊은 도전을 우리 사회에서도 기다리고 있다”며 “저의 도전은 그 어떤 후보의 도전보다도 한국 사회의 젊은 도전이다. 세대 교체의 가치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만들자는 이들 제안의 최대 걸림돌은 수도 이전에 대한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다. 남 지사는 이와 관련해 “대선 뒤 개헌(안)에 권력구조만 넣지 말고 수도 이전까지 넣어 개헌을 추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와 함께 “국회와 각 기관이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안에 공간이 마련되면 서울이 서울(수도)이라는 상식도 바뀔 것”이라며 “헌재에 관습헌법의 재해석을 통해 푸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내놨던 행정수도특별법(원안) 수준의 법안을 다시 제출해 헌재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도 있다는 취지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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