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부터 당내 대선 경선 룰 마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8일부터 당내 경선 룰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여야 통틀어 가장 발빠르게 대선 준비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새해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완수와 정권교체를 위해 빈틈없고 철저한 준비를 시작하겠다”며 “오늘부터 당내 대선 경선 룰 마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정국이 곧장 대선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우려해 경선 룰에 대한 논의를 미뤄왔지만 다른 당이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상황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이번 대선은 ‘불안하고 급조된 세력’과 ‘안정되고 준비된 세력’의 싸움”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와 함께 “적어도 설 연휴 시작 전에는 당내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도록 하겠다”며 대략적인 경선 윤곽도 밝혔다. 그는 회견 뒤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뒤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등) 시간이 촉박하다는 제약조건이 있어, 순회경선을 해도 전국 17개 시·도를 다 할 수는 없고 (몇 개 권역으로) 묶어 실시하는 등 타이트하게 끝내야 한다”며 “경선 일정은 길어야 (각종 행정절차 등을 감안할 때) 16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최성 고양시장 등 당내에서 출마 뜻을 비친 후보만 6명에 이르는 만큼 “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컷오프 경선’을 실시하겠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부터 본격적인 경선준비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경선 룰을 둘러싼 후보들 간의 신경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 모두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자세를 낮춰왔으나,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인단 구성이나 투표 방식 등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주자들은 원칙적으로는 선거인단에 당원 외에 국민도 참여하는 방식인 ‘국민경선제’ 방식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당내 장악력이 높은 문 전 대표 쪽에서 당원의 비중을 높이는 쪽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다른 후보들은 국민과 당원이 모두 1인1표를 갖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2위 이하 후보들의 결선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도 대부분 합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가장 치열한 논란은 ‘모바일 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과 당내 비주류 쪽에선 “지난 민주당 8·27 전당대회에서 봤듯 모바일 투표를 하면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 ‘국민적 후보’를 뽑기 어렵다”거나 “조작 위험이 있다”며 모바일 투표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쪽에선 “은행 거래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에 모바일 투표를 배제하는 건 타당치 않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당내 경선에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 선거인단은 ‘전지현 방식’(이동‘전’화로 하는 모바일투표, ‘지’정된 투표소에서 하는 투표, ‘현’장에서 후보 연설을 듣고 하는 순회투표) 중 하나를 선택해 표를 행사했다. ‘결선투표’도 실시하기로 했으나, 문 전 대표가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확보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않았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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