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문재인의 정책구상-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정책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고 ‘대통령의 24시간’도 공개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보고되도록 하겠다”며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대선 공약’ 수준의 정책 구상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열어 “부패하고 불의한 권력기관부터 대수술해야 무너진 공직기강을 다시 확립하고 제대로 된 나라로 갈 수 있다”며 청와대와 검찰, 국정원 등 핵심 권력기관의 적폐를 청산할 3대 방안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구상’이라며 ‘집권 이후’를 염두에 둔 정책 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대세론’에 ‘준비된 후보’란 면모를 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의 시작은 국민과 함께하는 청와대”라며 “(대통령이 되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직접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집무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고 사실상 대통령 휴양지로 사용해온 ‘저도’를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겨냥해 ‘대통령의 24시간’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시간은 공공재”인 만큼 “이를 낱낱이 공개해 사사로운 권력 행사를 막고, 국정운영을 짜임새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해서도 “그동안 국정원이 간첩을 조작하고 국민을 사찰하는 한편 불법 선거운동을 일삼는 등 국내 정치에 깊숙히 개입했다”고 비판하며,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력사유화의 도구가 됐던 정치검찰은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검찰개혁도 언급했다. 대통령과 친인척,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는 한편,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보충적 수사권만 갖도록 하는 수사권 조정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보장)에 대해선 성공을 거뒀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해두지 못했다는 한이 남고, 아쉬운 점”이라며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정권 초기부터 국민 염원에 힘입어 강력히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이날 발표한 정책들은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2012년 대선 공약’ 등으로 제시됐던 것들이다. 문 전 대표도 이 점을 언급하며 “방안을 몰라서 개혁을 못 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실천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전 대표의 이날 발표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내 경선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공약’과도 같은 정책들을 밝힌 것은 너무 앞서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뜩이나 당 안팎에서 견제의 시선이 번뜩이는 상황에서 대세론에 안주하는 정치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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