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AP 연합뉴스
유엔공과 떠나며 특파원 간담회
“귀국하면 광범위한 사람과 의견교환”
제3지대 구축 작업 뜻 밝혀
“귀국하면 광범위한 사람과 의견교환”
제3지대 구축 작업 뜻 밝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일정을 다소 앞당기면서 대선 도전을 본격화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2일 오후 귀국한 뒤 기존 정치세력과 거리를 두고 각계 의견수렴과 민심 탐방에 나설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나서며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귀국하면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겠다. 귀국 뒤 국민들에게 그간의 일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정당 입당 등은 보류하고 국민·정치인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른바 비문재인·비박근혜 진영을 아우르는 ‘제3지대’에서 입지를 폭넓게 구축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국내 정치권 인사는 “반 전 총장은 우선 국민들의 어려운 삶의 현장을 찾아 민심을 경청하고 국가지도자와 종교계·사회문화계 지도자를 폭넓게 만나 의견수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보고회’ 형태로 사실상 대선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어떤 세력과 함께 정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서울에 가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한 뒤에 적당한 계기에 결정하겠다”고 답했고, ‘제3지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대답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켜갔다. 그러나 ‘정치권의 넓은 연대나 화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나라에 어려움이 온 것은 대화를 안 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인종, 종교, 정치색깔을 가리지 않고 만났다. 지금까지 경험하고 닦은 것을 한국에서 한번 실천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내세우는 전략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측근은 “국가적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어느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포용의 리더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반 전 총장 옆에는 세계적인 개발경제학자이자 빈곤퇴치 운동가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자리해, 대선 국면에서 청년·노인 빈곤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한국의 젊은층이나 노년층이 좌절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삭스 교수와 의견을 나누고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삭스 교수는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관련 의견을 묻자 “그는 세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 그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히고, 대선 때 자문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과 새해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직무정지(상태)여서 통화하지 않았다”며 “귀국해서 필요하면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희호·권양숙 여사한테도 매년 (새해 때마다) 전화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 쪽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한 <시사저널> 기사에 대해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앞으로도 후보 검증을 빙자한 음해성 보도에 대해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이날 해당 언론사를 언론 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김진철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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