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새누리당의 집단탈당 선언이 대선 지형에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4당 체제’가 가시화됐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정당과 후보간 이합집산이 이뤄지면서 4자구도, 3자구도, 심지어 양자구도의 가능성마저 생겨났다.
선거 구도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는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선택’이 꼽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현 시점에서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대1로 맞서 승산이 있는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반 총장은 ‘친박 잔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과 손을 잡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한국 특파원들과의 고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재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들이 선정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드러난다.
반 총장 지지자들 사이에선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신당 창당 등 ‘독자세력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4년 전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처럼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의 깃발을 꽂아 ‘반기문 신당-민주당-국민의당-새누리당 비박계의 보수신당(가칭)’과 함께 4자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정치세력과 충청권 외 지역적 지지 기반이 없는 반 총장이 짧은 기간 안에 이 구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재 반 총장에게 가장 적극적인 쪽은 새누리당 비박계다. 이들은 반 총장과 손을 잡을 경우 새누리당에서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원 숫자를 늘리고 유력한 대선 주자를 확보함으로써 창당 준비 중인 보수신당의 몸집과 세력을 크게 불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국민의당-보수신당’이란 3자 구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국민의당 쪽에서도 반 총장과 함께 하고 싶은 기류가 읽힌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도 “국민의당으로 와 안 전 대표 등과 함께 경선을 치르자”며 공공연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997년 대선 때처럼 후보끼리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는‘뉴 디제이피(DJP) 연합’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당 쪽에선 한발 더 나아가 ‘반민주당(반기문+보수신당+국민의당)-민주당’의 양자 구도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비박계와 국민의당은 친박근혜(새누리당)와 친문재인(민주당)을 ‘극단적인 패권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하며 함께 할 수 없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성사만 된다면 지역 통합적 시너지 효과(보수신당-수도권·영남 일부, 국민의당-호남권, 반기문-충청권)도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 ‘대주주’인 안 전 대표가 자신보다 지지율이 높은 반 총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또 탄핵국면 이전까지 여권의 유력 후보로 분류돼온 반 총장의 영입을 호남 지지자들이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45회_기자는 울지 않는다, 새누리가 쪼개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