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오후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6일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한국마사회장에 임명했다. 황교안 체제 들어 첫 인사다. 그는 앞으로 공석 중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장 인사는 필요에 따라 실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제한적’이란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을 적극 대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야권은 국정현안에 대한 협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7일 퇴임한 현명관 마사회장 후임으로 주무부처인 농림식품부 장관이 제청한 이 전 농촌진흥청장을 19일자로 임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총리실을 통해 “국가적 위기상황 아래서 공공기관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와 대국민 서비스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현재 공석 중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중 부득이한 경우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공공기관은 기업은행·한국도로공사 등 2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앞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 법령 등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장관급 1명(연임)·차관급 4명·국립대 총장 2명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장 4명 △고위공무원단 263명 등 2004년 3월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 사례를 열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도 대선 직전엔 대통령도 차기 정부를 위해 인사권 행사를 최소화한다”며 “당장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 이후로 인사를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총리의 본분을 넘어 국회와 협의 없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이어 “황 총리의 인사권 행사는 국회와의 협의를 전제로,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이 경우에도) 박 대통령이 무시한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복원하고 지역균형인사가 돼야 한다는 3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황 총리가 권한대행이라고 대통령 행세를 하면 안 된다”며 “야 3당이 제안한 ‘권한대행-정당대표 회동’을 받아들여 권한대행의 범위와 권한에 대해 우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최혜정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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