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 개혁’ 구상 잇따라
야권 대선주자들이 촛불민심으로 표출된 사회개혁 방안 등을 담은 ‘포스트 탄핵’ 구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내가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촛불의 열망을 담아낼 제도개혁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개헌’을 매개로 야권 대선주자 간 ‘연대’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 “공정국가”, “정치개혁”, “불안해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국민성장)이 마련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 포럼’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촛불혁명은 구시대를 청산하고 구체제를 혁파할 절호의 기회이며,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계기”라며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 등 ‘3불’과 결별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다시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광장의 촛불민심을 뒤따라 대통령 퇴진 투쟁에 매진했다면, 이날부터는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탄핵 이후 국가운영의 새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국가 ‘대개조’, ‘대청소’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공정국가’, ‘책임국가’, ‘협력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날 포럼을 시작으로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대엽 국민성장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가 탄핵 국면에 드러난 촛불민심을 제대로 수용하기 위해 정책적 대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촉구했다”며 “1월 정도면 구체적인 정책 실천 방안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도 박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인한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민생을 챙기며 탄핵 이후 비전 제시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장은 이날 50년 넘게 ‘식육견’ 논란을 빚은 성남 모란가축시장의 개 보관·도살시설을 자진철거하는 내용의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시장 상인회와 체결하는 등 시정을 챙기는 한편, 페이스북에 “최순실과 유착한 재벌 대기업의 민원사항의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강행된 나쁜 정책 중 하나인 성과연봉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등의 전국적인 중대 정책 이슈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한 안 지사와 박 시장도 “국민은 낡은 관행과 정의롭지 못한 국가 권력 질서를 개혁해주길 요구한다. 정치·재벌·검찰·언론 개혁 등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민주주의의 통제 밖의 견제를 받지 않던 권력이 대한민국 불공정과 부정한 현실을 만들었다. 의회는 촛불민심에 따라 과감한 개혁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안 지사), “국정이 사실상 중단된 마당에 단체장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위기 상황에서 시도지사들이 태스크포스(TF)나 협의 체계를 만들어 연말 연초에 예산집행과 사업계획을 빨리 추진시켜 일자리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등 불안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박 시장)이라고 말했다.
■“촛불은 개헌으로 이어져야” 주장도 야권 주자들 일부는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사라진 새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에서 “국민들은 정유라 없는 세상, 우병우 없는 세상, 최순실 없는 세상,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 함께 나누는 세상을 원한다.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화국, 7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정치·검찰개혁을 포함한 국가 대개혁을 개헌으로 완결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개헌 논의 착수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모두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 전 대표가 헌재 탄핵심판과 대선 일정 등을 이유로 현 시점에서의 ‘개헌 불가론’을 펴는 데 대해 “시간을 핑계로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이해 못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손 전 대표는 특히 “호헌(개헌 반대) 세력의 기득권이 구체제에 머물러 있다면, 개헌은 신체제를 향한 개혁세력의 것”이라며 “(지금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하는 말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동아시아미래단 창립 행사엔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 국회 내 개헌 찬성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치열하게 논의하며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안 전 대표가 앞서 이날 오전 당 정책연구소인 국민정책연구원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순위로 따지자면 민생문제 해결과 선거제도 개편이 먼저”라면서도 “우선 개헌은 필요하다.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개헌을 매개로 친박근혜계와 친문재인계를 제외한 정치 세력을 모아 ‘제3지대’에서 연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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