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권영진 의사국장(발언대 앞)이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은 의석 모니터에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팻말을 걸어두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는 9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친다. ‘비선조직’을 통해 국정을 파괴하고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는 ‘주권자’를 대리해 ‘헌법’의 이름으로 박 대통령을 심판대에 올린다.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는 것은 2004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처리된 이후 12년 만이다.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회는 8일 오후 2시45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이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탄핵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대목을 빼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탄핵안은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올랐다.
야3당은 이날 각각 의원총회 등을 열어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4·19 혁명, 5월 광주항쟁, 6월항쟁에 버금가는 역사의 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오직 국민과 역사의 중대한 책무만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도 역사의 전당에서 반성과 참회의 마음으로 탄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은 이날 저녁 국회 안팎에서 대선 주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열었고, 국회에서 심야 의원총회와 밤샘 농성을 이어가며 탄핵안 가결 결의를 다졌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회의를 열어 탄핵안 수정 여부와 상관없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면 새누리당 친박계는 탄핵안 의결 정족수(200명) 저지를 목표로 중립 성향 또는 초선 의원들을 겨냥해 하루 종일 물밑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중지시키고 ‘4월 사임-6월 대선’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 국회가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쪽에선 “가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회가 탄핵안 처리에 나선 것은, 국민들이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주춤거리던 정치권을 압박해 성사시킨 결과”라며 “위헌·위법 행위 등 대통령의 직접적인 잘못이 원인이 된 만큼, 만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분노한 국민의 촛불이 여야 정치권 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직접 나선 국민의 명령을 늦게나마 여야 정치권이 받들어 탄핵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에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수사, 나아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