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보안손님’에 대해선 경호실이 출입 보고를 못받을 수도 말하면서, 그동안 ‘익명 제보’에 의해서만 제기돼온 ‘비선실세’의 청와대 수시 출입 논란이 ‘실체적 진실’ 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동안 청와대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엔 외부 출입객이 없었다고 했지만, 그날 ‘보안손님’이 다녀갔다고 하더라도 경호실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것은 이미 청와대 내부 관계자 등의 증언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영선 전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최순실씨의 집이나 사무실 등으로 가서 최씨를 태우고 청와대로 들어왔고, 나갈 때도 이 행정관이 최씨의 행선지까지 운전을 해줬다”(<한겨레> 11월1일치 1면)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날 국정조사에선 최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청와대 의무실까지 마음대로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14일치 청와대 의약품 불출내역(사용내역)을 근거로, 청와대가 ‘사모님’ 이름으로 소염진통제인 ‘세레브렉스’ 14일치를 처방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직원도 아닐 테고, 대통령을 사모님이라고 부르느냐”고 캐물었다. 최씨를 ‘사모님’으로 기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하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청와대의 거듭된 부인에도 ‘세월호 참사 당일 외부 의료진이 청와대에 들어와 시술을 했다’는 의혹 역시 터져나왔다. 김한정·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내부 제보”라며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의 정문인 인수문이 아닌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이용해 의무동에 갔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근접 경호를 담당하는 류국형 경호실 경호본부장은 “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지하에) 연결 길은 있다”면서도 “상세히 그 내부를 밝힐 수 없지만 그 길은 대통령이 거의 잘 사용하신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청와대는 ‘대통령의 7시간’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의혹이 확산되는 동안, 줄곧 외부인의 출입 사실을 부인해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최순실·차은택씨 등 비선실세는 물론 외부 의료진이 청와대를 방문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 자료는 청와대 곳곳을 사각지대 없이 24시간 동안 감시하는 폐쇄회로티브이(CCTV)뿐이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은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를 반드시 해소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부득이하게 4월16일 시시티브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영석 경호실 차장은 “내규에 따라 보존기간이 지나서 (당일 시시티브이 화면은) 보존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정애 송경화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