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앞죽 오른쪽부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혜영·윤관석 의원 등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90만개의 촛불이 온 나라 곳곳에서 타오른 5차 촛불집회 다음날, 야당은 일제히 ‘촛불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선 소속 정당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바람에 꺼지기는커녕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며 “야당과 새누리당 내 양심세력 모두 국민의 요구를 겸허히 받들어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는 전선에 결집할 것”을 촉구했다. 정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탄핵의 길에서는 여야가 손을 잡고 뜻을 모아야 한다”며 “여기에서마저 당리당략을 내세운다면 광장의 횃불은 국회를 덮칠 것”이라고 논평했다.
박 대통령 퇴진·탄핵을 외치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민주당 결의대회’에 참석해 “지금 우리에게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오건 탄핵으로 끌려 내려오건 퇴진은 시간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국가권력을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아온, 경제를 망치고 안보를 망쳐온 가짜 보수정치 세력을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고도 말했다.
27일 광주를 찾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전날 5차 촛불집회는) 단순히 대통령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었다. 민주공화국을 붕괴시킨 부패,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정의의 국가를 만들자는 국민의 외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탄핵 추진 과정에서는 여야의 정파적 이해득실을 완전히 뛰어 넘어야 한다”며 “정치적인 계산이나 좌고우면하는 것은 차가운 거리에 나선 시민들을 또 한 번 배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도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을 다시 확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비상시국위원회를 열어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대통령 사퇴·탄핵 민심을 전하고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질서있는 국정수습’에 방점을 찍었다. 김성원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질서 틀 안에서 국가적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성실히 따라야 한다”며 ‘당리당략을 넘고 정파를 떠난 국회의 역할’을 유독 강조했다.
이정애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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