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영 이중근 회장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을 뒷받침하는 상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은 부영이 케이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및 추가 금품 지원 논의와 세무 청탁 간에 대가성이 뚜렷하다고 보고 이 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케이스포츠재단 관계자의 검찰 제출 서면 진술서를 보면, 이 회장이 지난 2월26일 안 전 수석을 만나 주고받은 얘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부영 면담 건’으로 표현된 A4 용지 한장짜리 이 진술서엔 당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비즈니스룸 8호실에서 안 전 수석과 부영 쪽 이 회장, 김시병 사장 그리고 재단 관계자 2명이 만난 걸로 돼 있다. ‘부영 측을 만나 보라’는 최순실씨의 지시에 따라 재단 관계자가 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잡힌 약속이었다.
재단 쪽이 먼저 부영 쪽에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의 내용을 설명한 뒤 후원이 가능한지 타진한다. 이에 이 회장은 “돕도록 노력하겠다. 그런데 지금 부영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억울한 점이 있으니 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한다. 옆에 앉아 있던 김 사장은 세무조사 내용을 부연설명한다. 당시 재단에서 작성한 회의록에도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는 부영 쪽 요구가 담겨 있다.
재단 관계자는 “그 후 면담 내용을 (최순실) 회장에게 보고하자, ‘조건을 붙여서 지원하겠다는 것은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부영은 “이 회장과 안 전 수석이 만난 건 사실이지만 두 사람이 세무조사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먼저 나가고 난 뒤 재단 쪽이 사업 지원을 요청해, 김 사장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서 어렵다’고 거절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부영은 또, 이날 만남에 대해서 “우리가 해오고 있던 아프리카 관련 기부 사업에 안 전 수석쪽이 관심을 보여 그 이야기를 위한 자리로만 알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류이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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