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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책임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여야”

등록 2016-11-09 19:16수정 2016-11-09 22:17

학계 “현재 대통령 ‘사고’ 상태
헌법71조 따라 총리가 권한대행 해야”
“국무회의 심의기능 실질화하면
대통령 2선후퇴 문제없어” 의견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추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면서도 자신의 권한 이양 대목을 분명히 밝히지 않자,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국무총리에게 전권을 넘길 의지를 보이려면, 현행 헌법의 유연한 해석과 대통령의 명확한 대국민 선언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추천 총리 체제 출범 이후 빚어질 수 있는 ‘이중권력’ 문제나 대통령의 약속 번복 등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페이스북에 “책임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여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 교수는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보장한다고 하는데, 현재대로라면 빈 말뿐이고, 대통령이 문자해고 통보(를) 하면 총리는 법적으로 끝”이라며 국회 추천 총리를 ‘권한대행 총리’로 규정해 ‘전권’을 이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가담한 정황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데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형편없이 추락한 만큼, 현재 상황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사고’ 상태라고 규정하고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대행 총리가 되면 현행 헌법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무위원 임명권과 국군통수권, 긴급명령권 등도 위헌 소지 없이 총리가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한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총리가 각료 임명권뿐만 아니라 국정원 보고도 직접 받는 등 국무를 총괄하되, 대법원장·헌법재판소 소장 임명 등은 새 대통령의 권한으로 넘기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굳이 현 상황을 ‘사고’로 규정하지 않고도, 헌법 89조에 명시된 국무회의의 심의 기능만 실질적으로 강화하면 국회 추천 총리가 위헌 소지 없이 얼마든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법 89조가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이나 공무원의 임명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부여된 사안들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의 심의만 실질적으로 강화하면 대통령의 2선 후퇴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1년3개월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총리가 전권을 행사할 경우엔, 국민주권·대의제 원칙에 어긋나 위헌 요소가 있다”며 “검찰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시적 기간 동안만 총리가 전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국민 선언’ 등을 통해 대통령이 전권 이양 약속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이후 학생·시민들의 정권 퇴진과 직선제 개헌 요구가 빗발칠 때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6·29 선언을 통해 정치적 대타협에 나섰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대국민 선언을 통해 2선 후퇴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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