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홈페이지.
“노무현 정권 타락은 노빠들의 신격화 때문” 글 퍼오자 반발 빗발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노대통령을 신격화시켰다. 이것이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정치를 부패시키며 몰락의 길로 내몰았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홈페이지(bull.or.kr) ‘의정일기’란에 올린 ‘유구무언’이라는 글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글은 한 인터넷신문 게시판에 올려진 우리당의 10.26 재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한 누리꾼의 글로, ‘노사모(노빠)의 광적인 활동’이 현 정부의 부정부패를 불러왔다며, 노사모와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송 의원이 직접 쓴 글이 아니고 퍼온 글이지만, 그 표현과 비판의 수위가 높은 데다 사실상 송 의원의 소신을 담고 있다고 여겨져 노사모 출신 당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송 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우리는 노무현을 신이라 부른 적이 없다”, “당신이 부패정치인이다”, “후단협을 상기하라”, “지지를 접는다” 등 송 의원을 성토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2일 송 의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친노 당원조직 ‘국민참여1219’(이하 국참)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송 의원에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3일 “누리꾼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제1기 국참 공동의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4·2전당대회에서는 국참의 암묵적 지지를 받았다. “정권의 정통성 붕괴…정권 파멸은 시간문제” 강도 높은 비판
‘유구무언’이란 제목으로 올려진 글은 노사모를 심한 강도로 비판하고 있다. 글쓴이는 “노빠들이 쏘아올린 지적·정신적·이념적·능력적·도덕적 난장이 정권은 부패정치로 말미암아 국민의 마음을 잃고 말았다”며 “정권의 정통성은 이미 붕괴됐으며, 극적인 노력에 의한 반전이 없다면 정권의 파멸은 시간문제인 상황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나아가 “노사모가 신격화한 도덕적 난장이 정권이며, 절대적 존재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그를 신격화시키며 정치를 타락시키고 부패시켰다”며 “박정희 시대에 간신배들의 과잉충성이 정치를 부패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개인숭배 집단의 지나친 과잉충성이 결국 개혁정치를 타락의 길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또 “개혁정치라는 미명 속에서 전개된 집권당의 타락한 정치구조가 숨어 있다”며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교만하게 가르치려 하고, 자신들이 무지하고 비도적적이면서 오히려 독선적 아집에 사로잡혀 국민들을 교정해 나가려던 노무현 정부의 정치부패상이 결국 지지율의 급격한 붕괴를 불러오며 재보궐 선거에서 계속 참패하는 정권적 파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10.26 재선거 참패의 이면을 분석하기도 했다. “노빠들은 민주적 토론과 설득 거부하는 파시스트” 누리꾼은 또 노사모의 반개혁적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노빠들은 개혁과 진보에 역행하는 이라크 파병이나 김선일씨 피랍사건, 혹은 민주당 분당-파괴 사건 등에서 보듯이 반개혁·반인류적·반민주적인 일도 부끄럼 없이 용감하게 했으며,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이면 어떠한 악도 스스럼없이 옹호했다”며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노빠 집단들이 있기에 깨어진 레코드판처럼 되풀이되며 정치적 공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장집·김동춘 교수의 참여정부 비판에 대해 노사모가 비판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 사회 최고의 양심적 지성들에 대해서도 막돼 먹은 거친 공격을 할 정도로 이들의 야만적 행위는 제동장치 없이 굴러갔다”며 “지도자에 대한 건설적이고 이성적인 민주적 비판에 대해서조차 지지자들은 참지 못하고 파시스트적 공격을 거침없이 하게 되고 노빠들은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 등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동조(conformity)만 강요할 뿐 민주적 토론이나 설득을 거부하는 파시스트적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글쓴이는 “노빠 정치의 잘못이 먼저 척결되어야 한다”며 “노빠들은 더이상 개혁을 타락시켜서는 안 되며, 개혁을 열망하는 다른 개혁인들의 뺨을 때리는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부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실패한 것을 신격화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흔히 노빠들은 노무현의 부산 선거 실패를 지역주의에 도전한 숭고한 실패행위로 보고 신격화의 이유로 삼고 있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우호적인 해석일 뿐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노무현이 당시 부산선거에서 이겼다면 명실공히 김영삼의 뒤를 이어받는 영남권의 정치적 맹주가 되는 실익이 보장되는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8일 국회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서 송영길 열린우리당 간사와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최경환 한나라당 간사(왼쪽부터)가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송 의원 홈피엔 “당신이 부패 정치인” 봇물 이 글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송 의원의 홈페이지에 그를 성토하는 글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이들은 노사모가 노 대통령을 신격화한 적이 없으며,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 열린우리당의 반개혁성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세상에나’는 “노빠를 욕하기 위해 참여정부의 위상을 타락이라 칭한 것”이라며 “당신을 싫어하는 노빠를 욕하기 위해 감히 대통령의 정치를 타락이라 부르느냐?”고 따졌으며, ‘pinesol’는 “우리는 노무현을 신이라고 한 적 없다”며 “신이 아니니까 참여해서 같이 하자도 한 것이다. 혼자 안되니 같이 머리 맞대로 풀어보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주로씨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지 신격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 “개혁적이고 민생을 챙겨야 할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으니 선거의 참패는 누구나 예상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뭐했는지, 얼마나 개혁적이었는지 확인해 보라”고 충고했다. 김경선씨도 “노사모이지만, 지금껏 결코 노무현를 신격화해본 적이 없다”며 “지금 여당과 정부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서민들이 이 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비난부터 하지 말고,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사마’는 “여당의원 당신들이 무얼 하나 제대로 했냐. 개혁을 했냐, 상생을 했냐”며 문제가 생겼다고 대통령 탓하는 우리당 내부 분위기를 꼬집었다. 그러나 ‘본토발음’은 “용기있는 글이다. 언제부턴가 나도 노빠들이 노짱의 눈과 귀를 막고 국민들을 부정하고 배제하며, 노짱을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노빠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누리꾼 주장 동의가 아닌, 반성에서 비롯된 것”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국참이 송 의원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참은 2일 ‘송영길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국참은 대표적인 친 노무현 대통령 당원조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노빠’들이 주된 구성원인 당원 조직“이라고 정체성을 밝힌 뒤, “우리는 노무현을 신이라 부른적 없으며, 다만 그가 옳다고 했을 뿐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신이 아니기에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고 그를 돕는 것”이라고 누리꾼의 글을 반박했다. 이어 국참은 “노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신격화하고 정치 부패를 초래하여 현재 반개혁, 반민주, 반인류적 정치를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 선거 실패가 ‘김영삼의 뒤를 이어받는 부산의 맹주’가 되기 위한 일이었고, ‘노빠’들이 이것을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을 신격화하고 있다”, “노빠들이 ‘파시스트적 정치행위’를 해와 정권의 정통성이 이미 붕괴됐다”. “노빠들의 정치 행위는 “척결”돼야 할 청산의 대상이다” 등 글의 내용에 송 의원이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송 의원은 3일 국참에 보낸 답변서에서 “글을 쓴 네티즌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자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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