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 시간 뒤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정국에서 무려 ‘다음주’를 논하려니 암담하기 짝이 없다. 소화가 버거울 정도로 ‘농단’ 뉴스들은 쏟아지는데, 대통령의 사과는 분노를 돋우고, 설명은 의구심을 키우는 나날들을 보내며 국민들은 ‘혼이 비정상’이 될 지경이다. 사고는 박근혜·최순실 일파가 치고 해법은 시민들이 찾느라 각계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아직까지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진 않는 것 같다.
국민들 마음에서 탄핵당한 자가 법률적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비정상’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크게 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4개월을 마저 채우는 경우와, 그보다 일찍 청와대에서 나오는 경우다.
우선, ‘그래도 헌정 중단은 막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 현재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박근혜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그 대표적 방안이다. 이 경우 대통령이 사실상의 부재 상태이더라도 의회가 헌정질서를 유지하면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 나아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미리 시험해보는 기회가 된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는 경우는 자진 사퇴(하야) 또는 탄핵이다. 하야할 경우엔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서 5년 임기의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유고와 대선 준비 소용돌이로 정국이 큰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심에 부합해 현재의 국정마비 상태를 서둘러 종결하는 방법이다. 헌법을 유린한 지도자는 국민의 힘으로 쫓겨난다는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어떤 헌법·정치·역사 교과서보다 후대에 교훈적이다.
나머지 방법인 탄핵은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유일한 수단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킨 뒤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로 국정을 운영하고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에 복귀시키거나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법이다. 탄핵소추 권한을 가진 의회가 꺼낼 수 있는 ‘책임있는 법적 수단’이다.
문제는 이 중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외교·국방 분야만 담당하기로 동의한다 해도, 거기엔들 권위가 설 것인가. 예컨대, 한-미 정상회담장에 박 대통령이 서는 모습도, ‘전권을 위임받은 총리’가 서는 모습도 잘 안 그려진다. 무엇보다,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봤듯이 박 대통령은 권한을 의회에 전폭 내줄 의향이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박 대통령을 오래 봐온 사람들은 “그의 유일한 관심은 ‘권력’이다. 절대로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이 개헌 제안, 김병준 총리 후보 지명, 한광옥 비서실장 임명 등 나름의 ‘강수’를 던지면서 야권을 당황시키는 것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여권 인사들은 풀이한다.
남은 방법인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는 사유는 충분하지만, 실제 추진할 경우 국론이 분열되며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국민들 모두 어느 쪽이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통과돼야 하는데 현재 새누리당 의원 129명 가운데 29명 이상이 실제 표결에서 찬성해줄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그래서 “국회에서 탄핵 못 할 것을 아니까 박 대통령이 저런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의 지위와 힘을 유지한 채 ‘국정농단 공범’들의 조력을 받으며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이다. 분노한 국민들이 ‘그래도 당신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돌아봐줄 정치 지도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 거국내각 구성 논란, 정치권 안팎의 ‘박근혜 퇴진’ 주장이 뒤섞인 채 지리멸렬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시민들의 촛불도 더 타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황준범 정치데스크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