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깬 발탁 김 총리 후보자
“일요일쯤 제안받아…박 대통령과 독대”
우병우 장인 추도사 낭독 알려져
지명 발표뒤 ‘우 입김설’ 돌기도
참여정부때 정책실장 등 핵심참모
새누리, 2006년 논문표절 공세에
교육부총리 취임 13일만에 낙마
“일요일쯤 제안받아…박 대통령과 독대”
우병우 장인 추도사 낭독 알려져
지명 발표뒤 ‘우 입김설’ 돌기도
참여정부때 정책실장 등 핵심참모
새누리, 2006년 논문표절 공세에
교육부총리 취임 13일만에 낙마
“자세한 내용은 내일(3일) 따로 시간을 한번 더 만들겠다.” “내일 종합해서 말씀드리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2일 오전 전격적으로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병준(62) 국민대 교수는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기자들 앞에 섰으나, 쏟아지는 질문에 환한 웃음만 지을 뿐 말을 아꼈다. 총리 기용 배경과 앞으로의 포부, 탄핵·하야까지 거론되는 현 시국에 대한 견해 등의 질문에 “그동안 저와 일해왔던 분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려 한다”고만 했다.
청와대가 이날 인선 배경으로 강조했듯, 김병준 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참모’다.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대구상고와 영남대 정치학과를 나온 뒤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으로 재임하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캠프의 정책자문단장을 맡으면서 참여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쳐 교육부총리까지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옛 동지이자 국민의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려던 분이니 거국중립내각 총리로 적임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불쾌하다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참여정부 출신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그를 참여정부 출신 인사로 거론하는 데 대해 “지금 그 부분을 얘기할 대목은 아닌 거 같다”고 잘라 말했다. 김 후보자 개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책임론을 피해가기 위해 물타기 인사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게 더 문제란 지적이다. 국민의당 쪽에선, 김 후보자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주일 전쯤 총리 자리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총리·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저울질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민대에서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총리 제안 시점을 정정했다. 김 후보자는 “일주일이라는 얘기는 누가 그렇게 물어봐서 대답했던 것이고 정확한 시기는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캘린더를 봐야 알겠지만 일요일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해 총리직 제안을 받았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는 ‘대통령과 독대했느냐’는 질문에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국정의 책임을 다할 총리를 지명하면서 단순히 전화로 했겠느냐”며 그렇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악연이 깊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때인 2006년 7월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던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을 문제삼아 취임 13일 만에 낙마시켰다. 당시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정현 대표는 논평에서 “경제를 망치고 부동산정책 실패를 주도했던 청와대 인사를 교육부총리로 임명한 것을 보면 이제 교육까지 거덜 낼 작정인 것 같다. 장담컨대 노무현 정권에 큰 고비를 맞게 하는 불행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논문 표절을 문제삼아 김 후보자를 사기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한때 자신들이 ‘부적격자’로 낙인찍었던 인물을 이제는 ‘적격자’로 추천한 데는 김 후보자 선임 뒤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쪽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김 후보자가 2013년 6월30일 열린 우 전 수석의 장인 이상달 정강중기 회장의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회장님의 기개를 잊을 수 없다”는 추도사를 낭독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날 우 전 수석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우병우 전 수석은 모르고 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 회장은 제 고향(경북 고령) 향우회 회장이다. 그래서 뵌 것”이라고 관계를 부인했다.
야권의 반대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총리직을 전격 수락한 배경을 두고는 의문이 남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게서 책임총리 권한 행사에 대한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갖게 될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오후에 다시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금 이 시국에 어떻게 반대를 안 할 수 있겠느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 지명 하루 전인 지난 1일 한 온라인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대통령은) 동력을 잃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비우고 양보할 것은 과감하게 비우고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책임총리로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야당에선 총리 인준 청문회조차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권한 이양 의지도 확실치 않아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애 정인환 기자 hongbyul@hani.co.kr
2006년 10월24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 신임 정책기획위원장(현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위촉장을 준 뒤 함께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기흥컨트리클럽 회장의 5주기 추모식이 열린 2013년 6월30일 경기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앞줄 오른쪽 넷째)가 묵념하고 있다. 〈고령군민신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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