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도, 검찰 수사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달래진 못했다.
<한겨레>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25~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68.2%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나 내각 개편 등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과를 넘어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61.8%를 기록해 전국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는 응답은 11.4%에 그쳤다. 25일 오후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후에도 최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보여주는 동영상·파일 등 ‘물증’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단지 박 대통령의 ‘입’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또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만으론 지금까지 보도된 의혹을 철저하게 밝힐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순실씨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16.6%에 그친 반면, 응답자 76.5%는 검찰 수사만으로는 의혹 해소가 충분치 않으니 ‘특검이나 국정조사 같은 별도 조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보수’ 성향의 응답자 59.6%와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70.3%도 특검·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이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돼 구속되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 받는 위치에 있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각각 90.5%, 88%에 달하는 높은 비율로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한 반면,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은 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인 60대(37.1%), 새누리당 지지층(46.3%)에서만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의 개헌 주장도 빨아들였다. 개헌 추진과 최순실씨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냐는 질문에, 23.6%만이 ‘최씨 의혹 규명과 별개의 사안으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개헌을 하더라도 최씨 의혹을 밝힌 뒤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26.9%였고, ‘박 대통령 임기 중엔 개헌을 추진하지 않아야 한다’는 쪽이 37%였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 규명과 개헌 논의는 별개라는 답변은 새누리당(49.4%) 지지자들에게서 많이 나왔고, 더불어민주당(55%) 지지자들은 절반 이상이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에 반대 뜻을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무선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7%다. 2016년 8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다.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정애 기자
hongbu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