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사협회 세미나 ‘한국인의 정치의식 변화‘ 발표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
“정치 불신 높지만 투표율은 상승…
유권자 의지 채워줄 리더십 확보해야”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
“정치 불신 높지만 투표율은 상승…
유권자 의지 채워줄 리더십 확보해야”
한국 민주주의는 정치 불신에 따른 ‘대표의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투표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참여의 위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조사업계 모임인 한국조사협회는 11일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한국인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열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한국인의 정치의식 변화’라는 주제 발표에서 지난 10여년간 정치·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을 분석한 뒤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과 실제 정치 행위는 서로 충돌한다”고 했다. 분석 자료를 보면, 국회와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하위권인 대기업·노조·경찰 신뢰도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다. 2007년 대선부터 지난 4·13 총선까지 조사에서는 유권자 10명 중 9명은 ‘선거 전후 정치인의 행동은 상당히 다르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부 신뢰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4년 43%)보다 한참 낮은 25%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불신에도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의 투표율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대선 투표율은 2002년 70.8%에서 2007년 63%로 뚝 떨어졌다가 2012년 75.8%로 뛰어 올랐다. 총선은 2008년 46.1%, 2012년 54.2%, 2016년 58%로, 지방선거는 2006년 51.6%, 2010년 54.5%, 2014년 56.8%로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김춘석 이사는 그 이유로, 정당보다는 후보 자질과 공약을 좀더 고려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꼽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실생활이 달라진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신의 이해에 맞는 공약을 위해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또 특정 정파가 국정을 농단할 때 선거로 심판한 뒤 다른 정파에 기회를 주는 ‘견제와 조정 심리’가 작동한다고 봤다. 진보 정권에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주로 보수 쪽에, 지난 4·13 총선처럼 보수 정권이 장기 집권한 상황에서는 진보 쪽에 표를 몰아주는 등 승패 교차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유권자들은 정치 참여를 통해 민주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자질과 의지가 있는 만큼 ‘대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리더십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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