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2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다른 증인들과 달리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의혹 추궁에 회피성 답변과 뻣뻣한 태도로 일관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두 재단 설립의 ‘실행자’를 자임했던 이 부회장에게 “대기업 전체를 그렇게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뿐”(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라며 ‘배후설’을 집중 추궁했다. 최근 공개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전경련을 통해 기업의 발목을 비틀었다”는 발언 등에 비춰볼 때 재단 설립을 오롯이 전경련이 주도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인해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하면서도, 검찰 수사를 핑계로 관련 질문에 전부 ‘모르쇠’로 일관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두 재단 설립·추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씨나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그리고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의 접촉 여부를 물었다. 이 부회장은 “만난 기억이 없다. 통화도 한 적 없다”, “회의나 행사 때 본 정도”, “업무상 교류하는 사이”라며 “(재단 제안자 등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입을 꾹 닫았다.
이 부회장의 뻣뻣한 답변이 이어지자 회의장 안에선 “국민을 우롱하고 약올리러 나온 것이냐”(박영선 더민주 의원)는 질타가 터져나왔다.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검찰 수사를 이유로 질문을 거부하는 데 대해 “발언을 할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소명하지 않으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이 “우리 국감이 괜히 폭로전이나 하는 그런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이 부회장 엄호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당에서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관심 있는 사안 중 수사 중이지 않은 사안이 어딨느냐”(이종구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출석시켜서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들어야 하느냐. 정부의 책임자면 분노를 느끼라”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여야 의원들은 전경련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과 어버이연합에 대한 차명 지원 등 ‘법인 설립 목적 외 활동’을 한 만큼 주무관청이 법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먼저 한 선진국에도 전경련 같은 조직은 없다. (전경련을) 발전적 해체를 하거나, 그게 어려우면 정부가 상대해 주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청와대·기재부 회의에 전경련을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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