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유심의 모습.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원가 3천~4천원인 휴대전화 유심을 똑같이 원가의 2~3배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보니,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번호이동 이용자에게 1억1천만개의 유심을 동일 가격에 판매해 4300여억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 의원은 “유심 가격 담합으로 폭리를 취한 의혹이 짙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지적했다.
지 의원의 자료를 보면, 이동통신 3사는 2014년까지는 9900원(1억122만8347개), 2015년부터는 8800원(878만3247개)이라는 동일 가격으로 유심칩을 판매했다. 판매액은 1조794억여원에 달하고, 여기서 얻은 이동통신 3사의 이익은 4312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이동통신 3사의 유심 구매원가는 3천~4천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유심은 기술적 문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이동할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유심을 새로 구매해야 한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금융기능(NFC) 기능이 내장된 유심은 8800원에 팔고 있다. 일반 유심의 경우 엘지유플러스가 8800원, 에스케이텔레콤 6600원, 케이티는 5500원을 받고 있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가 최저 3천원에 파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 의원은 “구매원가와 유통비용을 포함한 적정 이윤을 감안하더라도 8800원은 폭리”라고 했다.
반면 유심 재사용 정책은 이동통신 3사가 제각각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본인이 사용했던 유심은 신분 확인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 케이티는 해지 후 6개월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다. 엘지유플러스는 유심을 초기화할 경우 누구든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 의원은 “이동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에스케이텔레콤이 50%, 케이티 30%, 엘지유플러스 20%로, 유심 납품가가 다를 수 있음에도 10년 이상 같은 가격을 받고 있어 담합이 의심된다.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영국(EE)과 스페인(Movistar)은 유심 값을 받지 않는다. 호주(Telstra)는 한화로 1681원, 프랑스(Orange)는 4863원으로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 반면 캐나다(Rogers)는 9645원, 이탈리아(TIM)는 1만2469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감에 출석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유심에는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아무 곳에서나 판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현재 담합 여부를 판단할 자료가 없다”면서도 “사실 관계를 모니터링해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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