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대규모 싱크탱크(‘정책공간 국민성장’)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자, 야권의 다른 주자들은 문 전 대표의 ‘대세론 굳히기’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면서 ‘등판’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가장 발걸음이 빨라진 이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이다. 손 전 고문은 오는 10일 전남 강진 백련사의 회주 여연스님과 이낙연 전남지사, 강진원 강진군수 등과 ‘고별 만찬’을 한 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중순께 본격적으로 정계에 복귀할 계획이다. 손 전 고문의 한 측근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강연에서 ‘다산의 개혁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며 이미 대권 도전을 예고한 것 아니냐”며 “출판기념회나 싱크탱크 출범 등 요란스러운 줄세우기, 세몰이식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손 전 고문이 가진 비전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00여명의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공개하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 문 전 대표 쪽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특히 손 전 고문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친문’ 세력이 당내 다수를 이룬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저렇게 양보없이 세몰이에 나서는데 더민주에 들어가 경선에 참여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어 적극적 행보가 어려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쪽도, 문 전 대표 쪽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 반갑지 않다. 박 시장의 정무를 담당하는 핵심 참모는 “문 전 대표는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지만 박 시장은 시정에 묶여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지난달 도올 김용옥과 대담집을 낸 뒤 북콘서트에 600명 가량이 몰렸지만, 이런 단발성 행사로는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박 시장 주변에선 틈날 때마다 전국 곳곳에 강연을 다니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한편, 그동안 시정을 조언해온 교수 자문그룹을 대선용 싱크탱크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전문가 줄세우기 경쟁은 곤란하다. 문 전 대표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 쪽에서도 대규모 싱크탱크를 꾸리기보다는 지난 2008년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와 충남도 산하 충남연구원을 통해 정책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오는 10일 경북도청 초청 특강 등 각지를 돌며 국민과 교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직 국회의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일단 이달 중순까지 국정감사에 집중하는 한편, 학자들과 비공개 세미나 등을 이어가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 출범식을 가진 데 이어 국감이 끝나면 중산층 복원과 청년 문제 등을 주제로 민생탐방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16일에는 쌀값 폭락과 관련해 전북 김제를 찾아 농민들을 만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최근 2~4개의 공부모임을 더 늘린 김부겸 의원은 다음달께 50여명 규모로 정책교수자문단을 띄울 계획이다. 이정애 이세영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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