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확 바뀔 희망 드려야” “대청소”
문재인, 정권교체 강한 의지 드러내
중도·외연확장 위해 “경제교체” 강조
“국민이 돈 버는 소득성장 시대 열 것”
문재인, 정권교체 강한 의지 드러내
중도·외연확장 위해 “경제교체” 강조
“국민이 돈 버는 소득성장 시대 열 것”
발디딜 틈이 없었다. 6일 열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의 창립준비 심포지엄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게 아니라, 세상이 확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며 “제가 반드시 그렇게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원고에 있던 내용(저는 그렇게 해보고 싶습니다)을 ‘해내겠다’로 바꾸는 등 강한 정권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대세론’에 몸을 싣고 ‘본선’ 레이스를 향해 곧장 내달릴 듯한 기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심포지움이 열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행사장엔 일찍부터 7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몰려들면서, 절반 가량은 3시간 동안 선 채로 심포지엄을 지켜봤다. 싱크탱크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교수만도 500여명이 넘어, 상임고문을 맡은 한완상 전 부총리와 자문위원장을 맡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연구소장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 주요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일일이 소개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지난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던 박승 전 한은 총재가 ‘흙수저’ 문제와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의혹,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일일이 열거하며 “수렁에 빠진 나라를 그대로 둬야 하느냐. 지식인이 나서서 나라 구석구석 전면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선동에 가까울 정도로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장내에선 환호성과 함께 커다란 박수가 터져나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가 대개조’, ‘(부패와 특권) 대청소’란 강렬한 단어들을 사용하며 “정권교체를 넘어 경제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이 돈을 버는 소득성장”을 제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의 연장선 위에서 ‘성장’을 더해 중원 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문 대표 쪽에선 “거리에 나가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였던 ‘담쟁이포럼’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지닌 교수진으로 꾸려진 새 싱크탱크를 통해 획기적인 정책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가 화려하게 출발한 이날,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성장이라고) 말은 거창하게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성장에 별로 지장을 주는 게 아니다. 그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당내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정책자문 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세과시를 하는 등 야권의 다른 대권 후보들이 몸을 풀기도 전에 먼저 본선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문 전 대표의 독주에 당내 대선 경선의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민주의 한 3선 의원은 “포용적 성장을 얘기하면서 포용적 경쟁은 안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정애 엄지원 기자 hongbyul@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창립준비 심포지엄에서 박승 자문위원장(앞줄 오른쪽·전 한국은행 총재)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문 전 대표의 기조연설문이 프롬프터에 비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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