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동 새누리 의원 국감 자료
2000년 소방방재청 제작…내용은 물론 삽화까지 그대로
1995년 만든 행동요령은 일본과 정반대로 안내
유 의원 “사회경제적 변화 반영해 새로 제작해야”
2000년 소방방재청 제작…내용은 물론 삽화까지 그대로
1995년 만든 행동요령은 일본과 정반대로 안내
유 의원 “사회경제적 변화 반영해 새로 제작해야”
경북 경주 지진에서 나타난 정부의 ‘안전 무대책’에 대한 불신으로 일본 도쿄도가 발행한 지진 대처 매뉴얼인 ‘노란책’ 한글판을 보는 시민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 대처 주무기관인 국민안전처가 시민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만든 <지진발생시 국민행동요령> 소책자가 17년 전 소방방재청이 제작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피 요령은 21년 전 만든 것인데, 지진 대비 선진국인 일본의 대피 요령과는 정반대 내용이 담겼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5일 “국민안전처에서 안내하고 있는 ‘지진발생시 국민행동요령’이 무려 17년 전 작성돼 편집만 바뀌어 그대로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소방방재청(2014년 11월 국민안전처로 통합)이 2000년 12월 발행한 <지진발생시 국민행동요령>의 내용과 국민안전처가 현재 홍보중인 지진발생시 10가지 국민행동요령은 제목, 내용, 삽화까지 그대로다. 예를 들어 ‘집안에 있을 때 지진을 느끼면’이라는 제목이 달린 행동요령을 보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 테이블 밑에 들어가서 몸을 보호합시다. 크게 흔들리는 시간은 길어야 1~2분 정도입니다. 우선 튼튼한 테이블 등의 밑에 들어가 그 다리를 꽉 잡고 몸을 피합시다. 테이블 등이 없을 때는 방석 등으로 머리를 보호합시다. 가구 등이 넘어지거나 떨어져 상처를 입는 일이 없도록 주의’라는 내용이 그대로 실렸고, 삽화 역시 그대로다.
지진에 대처하는 안전 행동요령이 10여년 사이에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3분, 30분, 3시간, 3일 단위로 지진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직관적인 삽화를 곁들여 간명하게 각인시키는 일본의 ‘노란책’에 견주면 국민들의 ‘안전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일부 내용은 일본의 ‘노란책’과는 정반대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 의원은 이날 국무조정실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안전처 책자는 지진이 나면 ‘식수 등을 구할 수 있는 화장실 욕실이 안전하다’며 화장실로 대피할 것을 안내한다. 반면 일본 노란책은 ‘화장실 거울 등으로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완전 대비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건물이 무너지는 마당에 식수를 구할 (상수도) 배관이 남아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진발생시 화장실 대피’ 요령은,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이 발생한 뒤 내무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유의동 의원은 “17년간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진이라는 국가적 위험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수정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구닥다리 매뉴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과 각국 사례를 종합해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대응 매뉴얼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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