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저녁 긴급의총서
복귀찬성 의원들에 ‘신경질’
강성친박계 “김영우 가만안두겠다”
서청원도 강경론 거들어
의총 뒤 민 대변인 “충정 이해”
이정현 “분노 알겠다” 수용 의사
의원들 아침 의장공관 항의방문키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내일부터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한 뒤 정진석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정감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정감사 복귀’ 선언 직후인 28일 저녁 열린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 “(이 대표와) 사전에 국감 복귀 협의가 없었다”고 밝힌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이 대표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국감 일정의 권한은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에게 있다. 정 원내대표의 말에 4선의 나경원 의원, 재선의 하태경 의원 등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그럼 내일 (국감에) 들어가라”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손을 든 의원들이 당의 결정에서 이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다들 이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 원내대표가 강하게 나와서 의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병국 의원 등은 “가급적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했다고 한다. 반면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복귀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다수 의원들처럼 정 원내대표의 강경론을 거들었다.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강성친박계 의원들은 전날 국감에 복귀하려고 했던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겨냥해 “가만두지 않겠다”며 강경한 분위기를 몰고갔다.
이날 오후 새누리당의 입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정신없이 움직였다. “국감 거부 단일대오 유지”(오후 2~3시 의총)→“내일부터 국감 복귀”(오후 3~4시 이정현 대표 발언)→“국감 복귀 번복 및 릴레이 동조 단식”(오후 4~7시 의총)으로, 우왕좌왕하는 당 운영의 단면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강경파가 전면에 나선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이 대표의 ‘후퇴’ 발언을 주워담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공개 의총 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의 눈물겨운 충정은 이해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요청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비상대책위원회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동조 단식을 하기로 했다”며 ‘투쟁 강도’를 이 대표 발언 이전보다 더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은 재선의원 20여명이 29일부터 매일 아침 정세균 국회의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서울 한남동 의장 공관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정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기로 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도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의 사퇴 없는 국정감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총에 불참하고 당대표실에서 의총 결과를 전해 들은 뒤 “정세균 의장에 대한 의원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알겠다”며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고 박명재 사무총장이 전했다.
일단 ‘국감 보이콧 유지’로 뜻을 모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 투톱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대혼란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나중에 당대표에 대한 책임 문제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이 대표로서는 당원 집회가 열린 오늘밖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상황이 없었다고 본다”면서도 “이 대표는 오늘 발언으로 멋있었는지 몰라도, 그렇게 사람들 모아놓고(규탄집회), 내일 규탄 신문광고도 내는 마당에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당장 29일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감 복귀 의사를 굽히지 않는데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터진 봇물을 당 지도부의 릴레이 동조 단식 정도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국감 거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여당의 모습에 여론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친박근혜계 좌장이자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국감 복귀 시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다들 말은 안 해도 다음주 정도에는 복귀할 것이라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디스팩트 시즌3#21_국회파행 부른 '황제 전세' 김재수와 미르재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