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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감 팽개친 새누리, 민생체험 현장

등록 2016-09-28 21:15수정 2016-09-29 10:49

오전에는
이정현 대표, 의원회관에서 ‘고시원 체험’
의원들 용인서 ‘벼베기 체험’

오후에는
당원·보좌진 동원 1500여명 동원
국회본청앞 “정세균 사퇴” 집회
국정감사 거부 사흘째인 28일, 새누리당은 하루종일 ‘체험 삶의 현장’으로 국감을 대신했다.

이날 아침 이정현 대표는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2층 로비에 마련된 5㎡ 크기의 ‘모형 고시원’ 책상에 앉았다. 집권 여당 초유의 국감 거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새누리당은 전날 ‘10대 민생과제 본부’를 급조했다. 좁은 공간에 책상과 침대만 놓인 모형 고시원방은 10대 민생과제 본부 중 ‘서민주거·전세난 해결본부’에서 ‘청년의 방 체험 행사’의 하나로 만든 것이다.

이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다섯끼째 식사를 거른 이날 오전, ‘쌀값 안정본부’ 소속 새누리당 의원 10여명은 경기 용인에서 벼베기 체험을 했다. 전날 국감에서 야당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지역 농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쌀 대책 관련 민생현장 간담회’에서는 야당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비난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이 길게 이어졌다.

정부세종청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장, 국회 본청 5층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 앉아있어야 할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대신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주먹을 흔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새누리당 당원과 ‘동원령’을 받고 참석한 보좌진·당직자 등 1500여명은 국회 본청을 향해 대형 스피커를 켜놓고 “더민주 하수인 정세균은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번갈아 마이크를 잡고는 “정세균을 처단하기 위해 모였다”, “국회의장과 거대 야당의 정치테러” 발언 등을 이어갔고, 그때마다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의원의 지역구 당원들은 ‘대통령님! 이정현 대표님! 힘 내세요!’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국회 방호원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방호 인력을 늘리고 본청 입구 셔터를 내릴 준비를 했다. 대규모 집회에서나 볼 수 있는 경찰 버스 수십대가 국회를 둘러쌌다. 청와대와 여당이 평소 비판하던 ‘떼법 시위’를 직접 ‘체험’하고 있던 자리를, 국회로 현장학습 나온 ㅂ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실은 버스 여러 대가 지나가며 지켜봤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평소와 달리 미리 출력해온 글을 보고 읽으며 “저는 계속 단식을 할 테니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임해달라”며 국감 참여를 선언했다. 당원들은 “이정현! 이정현!”을 외쳤지만, 직전 의원총회에서도 “후퇴 없는 단일 대오”를 결의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전 협의 없는 갑작스런 ‘국감 회군’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이럴 거면 뭐 하러 이 자리에 나왔느냐”며 황당해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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