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없다”는 대통령…주변엔 비리·특혜·반칙 만연
“법 경시·남 탓 하지 말라” 해놓고
우병우 비리의혹 모르쇠 일관
“공공·금융 구조개혁” 강조하더니
금융분야 경력 없는 전 비서관
억대연봉 증권금융 감사 ‘낙하산’
“콩 한쪽도 서로 나누자” 주장하고선
김재수 ‘갑질 재테크’, 조윤선 딸 인턴 특혜 의혹
“법 경시·남 탓 하지 말라” 해놓고
우병우 비리의혹 모르쇠 일관
“공공·금융 구조개혁” 강조하더니
금융분야 경력 없는 전 비서관
억대연봉 증권금융 감사 ‘낙하산’
“콩 한쪽도 서로 나누자” 주장하고선
김재수 ‘갑질 재테크’, 조윤선 딸 인턴 특혜 의혹
‘헬조선은 없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하하지 말라”며 자신있게 내놓았던 광복절 경축사의 요지다. 하지만 비리·특혜·갑질·금수저·낙하산 등 ‘헬조선’을 상징하는 수식어들이 다름아닌 대통령 측근들과 대통령이 선택한 장관 후보자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경축사가 ‘유체이탈 화법의 집대성 버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법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고 있다”고 했다. 또 “모두가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각종 비리 의혹과 위법 행위가 확인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지키기에 ‘올인’하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태야말로 ‘법 경시’, ‘남 탓’, ‘기득권 지키기’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 이어 검찰이 우 수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부패 기득권 세력인 조선일보가 정권 흔들기를 한다”며 버티고 있다. 특히 우 수석의 허위 재산신고 혐의가 짙은 경기 화성 땅 차명소유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왜 우 수석 문제를 청와대가 계속 떠안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국정 블랙홀’이 된 우 수석 거취 문제가 어마어마한 ‘정치·사회적 비용’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12년간 박 대통령의 ‘화법’을 담당했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한국증권금융 감사로 선임된 것을 두고도 ‘공기업 낙하산’ 논란이 거세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4대 부분 구조개혁을 추진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왔다”며 공공·금융 등 4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불과 2주일 뒤인 지난 29일, 주식 담보 대출 업무 등을 하는 국내 유일 전문기관의 감사 자리에 전문성과 무관한 조 전 비서관이 선임됐다. 국문과 출신으로 금융 분야 경력은 전혀 없는 조 전 비서관은 2004년부터 오로지 박 대통령의 대외 메시지만을 맡았다. 지난 7월 초 ‘건강상의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지만 두달여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임기 2년의 알짜배기 자리를 낙점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모두가 스스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 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강조했다. ‘흙수저’, ‘금수저’라는 신조어로 상징되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과 사회 양극화를 도외시한 현실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광복절 이튿날 이뤄진 8·16 개각은 이런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장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유관 금융기관인 농협과 업무 관련성이 큰 대기업을 상대로 ‘갑질 재테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농협을 ‘사금고’ 삼아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은 채 4억6000만원짜리 집을 사고 5년 뒤 3억4700만원의 시세 차익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박근혜 정부 ‘회전문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연간 생활비 5억원 논란 등 억대 씀씀이가 도마에 올랐다. 조 후보자의 딸이 채용기준에 미달하는데도 금융·연예 관련 업체 두 곳에 인턴으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야당에서 불거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31일 “우 수석 논란 등을 지켜보며 ‘부정과 비하의 역사의식을 가지지 말라’는 박 대통령의 말에 공감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국민이 아닌 측근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4대 개혁을 끌고 갈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위화감과 좌절을 일으키는 행동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있다. ‘헬조선’식의 자기비하를 하지 말라고 말하기에 앞서 진지한 자기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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