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비박계 단일후보로 확정된 주호영 후보(왼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친박계 이정현 후보의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겨주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8·9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새누리당 친박계가 7일 비박계 ‘주호영 단일후보’에 맞서 ‘이정현 단일대오’ 의지를 분명히 하며 막판 세 결집에 들어갔다. 이날 치러진 전국 선거인단(당원) 투표는 친박계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오더’(지시)가 내려졌다는 논란 속에 20%를 겨우 넘는 낮은 투표율을 보여, 전당대회 당일 현장투표(대의원 9135명)를 겨냥한 계파 대결이 가열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전국 252개 투표소에서 전국 선거인단 33만8371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앞서 친박계는 주말을 기점으로 일제히 “이정현 후보를 지지하라”는 ‘오더’를 내려보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정현-주호영의 박빙 승부가 될 것 같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이정현 후보를 지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 후보를 지지하라고 이야기를 해뒀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 중진도 “친박계는 이정현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데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오랜 기간 실무 당직자를 지낸데다 선수(3선)도 당 대표감으로는 낮은 이 후보에 대해 ‘어떻게 당대표로 모시느냐’는 거부 정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여기에 보수정당 최초의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라는 ‘스토리’가 덧씌워지면 ‘도로 친박당’이라는 계파 패권주의 색채를 가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이정현 몰아주기’로 움직이자,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을 종으로 만드는 오더 정치가 전국에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이주영 후보 쪽은 ‘호남의 자랑, 이정현 의원에게 투표합시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오더(지시) 정치’의 증거라며 공개했다.
잇달아 비박 단일화를 성사시킨 주호영 후보와 정병국·김용태 의원도 이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도로 친박당을 막기 위해 친박 패권주의에 퇴장명령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후보를 겨냥해 “그간 언론에서 (새누리당을) ‘청와대 출장소’라고 했는데 ‘(청와대) 부속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선교 후보는 친박계와 김무성 전 대표를 싸잡아 “전당대회를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은 손을 떼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전국 선거인단 투표율은 20.7%(6만9817명)를 보였다. 경북지역 투표율이 31.6%(1만2570명)로 가장 높았다. 2년 전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맞붙었을 때의 전국 선거인단 투표율은 29.7%였다. 새누리당은 당원 투표 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30%(7~8일 이틀간 진행)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한다.
성연철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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