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를 뽑는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비주류인 이종걸 전 원내대표도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더민주의 당권을 둘러싼 경쟁구도가 한결 복잡해졌다. 이 전 원내대표가 출마할 경우 당권 경쟁은 ‘범주류 3인(송영길·추미애·김상곤) 대 비주류 1인(이종걸)’의 구도로 재편되면서 주자들의 전략과 셈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 출마 뜻을 밝힌 주자들이 한쪽(주류)에 편중돼 있어 당의 역동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주변의 권유를 받고 신중하게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원내대표는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국민의당과의 분당 과정을 겪으며 비주류 세력이 크게 위축돼 자칫 중앙위원회에서 치러지는 예비경선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4·13 총선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출과 국회의장 내부 경선에서 비주류 후보들은 현격한 차이로 탈락해 절대적인 힘의 열세를 절감해야 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탈락한 한 비주류 다선의원은 “중앙위를 구성하는 지역위원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분포를 보면 비주류가 절대적 열세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관했다.
전날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발 주자인 송영길·추미애 의원을 겨냥해 “여의도 문법과 구정치에 젖은 면이 많은 분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두 분이 친문(재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번도 친노(무현)·친문 역할을 해 본 적은 없다”며 독자적 색깔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을 근거로 자신을 친문재인계로 분류하는 당 안팎의 시각에 선을 그은 것이다. 분당 뒤에도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문재인 성향의 호남 당원들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