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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정수석실 출신들 “진경준 검증 실패만으로도 경질 사유”

등록 2016-07-21 20:59수정 2016-07-22 10:32

금융거래 제공 동의서 내는 순간
의심가는 재산 죄다 볼 수 있어
검사장 승진 인사 “재산 관련
민정수석실 소명 요구 수없이 받았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고위 공직자 임명에 앞서 대상자의 재산, 병역, 비리 여부, 업무 수행 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한다. 과거 정권은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의 사전 검증 작업에 구멍이 뚫리며 여러 차례 후보자 낙마 사태가 벌어진 탓에 민정수석실 검증 시스템과 권한은 계속 강화돼왔다.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은 심도있는 단계들을 거친다. 여러 경로에서 후보들을 추천받은 뒤, 청와대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3~5배수로 압축한 다음, 민정수석실에 넘겨 자기검증자료·신상자료 등에 대한 양적 검증과 평판조사·주변탐문 등을 통한 질적 검증을 거친다.

하지만 우 수석이 지난해 2월 진행한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만은 예외였다. 민정수석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진 검사장이 보유한 시가 100억원대의 넥슨 주식 80만주에 대해 “장모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는 해명만 듣고 추가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주식은 일반인이 쉽게 살 수도 없는 비상장주식인데다, 진 검사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근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넥슨 주식 보유가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인사검증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21일 “비상장주식은 검사나 정부 부처 공직자들에게 부정한 뇌물로 건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인사검증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며 “당연히 더 꼼꼼하게 소명을 받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 검증 논란에 대해 우 수석은 지난 20일 “(민정수석실은) 차명 재산, 차명 계좌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승진을 위한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검찰이 수사하듯 모든 걸 파헤칠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진 검사장은 ‘차명’이 아니라 자신의 명의로 거액의 넥슨 주식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이번 정부에서 검사장 승진 인사검증을 받았던 한 인사는 “재산 보유 경위에 대한 추가 소명을 요구하는 전화를 민정수석실로부터 많이 받았었다. 입증 서류도 추가로 내야 했다”고 말했다. 장모한테 돈을 빌렸다고 한다면, 실제 장모가 그럴 여력이 있었는지도 조사하는 것이 민정수석실의 임무이자 권한이라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어 추가적인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우 수석 주장에 대한 재반박은 또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검증 대상자는 검증에 앞서 금융거래 제공동의서를 민정수석실에 내야 한다. ‘내 명의 계좌는 수사하듯 다 뒤져보라’는 동의서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의심 가는 재산이 있으면 가족들의 재산 내역까지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사 탈락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증실무팀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실무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고 말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조 의원은 진 검사장 승진 직전인 2014년까지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조 의원 말대로라면 실무팀에서는 진 검사장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냈음에도 우 수석의 뜻에 따라 승진이 확정됐다는 얘기가 된다. 전직 청와대 근무자는 “검증의 책임자(민정수석)가 특정인을 봐주겠다고 마음먹고 실무자의 의견을 묵살하면 그 아래에선 누구도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정수석이 물러난 전례도 있다. 2009년 7월 정동기 민정수석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연루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우 수석이 자신의 핵심 업무인 고위직 인사검증에 실패하고서도 직을 유지한들 민정수석으로서 ‘영’이 서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청와대 민정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이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에 실패한 것만으로도 민정수석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남일 하어영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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