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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양극화·고실업·저출산에 대응 삶의 질 높이는 데 초점 맞춰야

등록 2016-07-20 22:02수정 2016-07-20 22:12

기본권 개헌 논의 어떻게?
기본권 주체는 ‘국민’에서 ‘인간’으로
사회경제적 약자·소수자 포함돼야
1948년 제헌헌법을 포함해 9차례 이뤄진 개헌은 국민의 의지보다는 정치권(권력자)의 뜻에 따라 추진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일한 예외가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개정된 현행 헌법이다. 하지만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서든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든, 헌법 개정의 방향은 기본권의 보호와 신장이라는 헌법의 근본 취지보다는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그 한계 역시 명확했다.

최근의 개헌 논의 역시 ‘대통령 중임제냐, 의원내각제냐’ 같은 통치구조의 변화가 주된 관심사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우려는 정치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국민 기본권을 신장하고 과도한 중앙집권에 따른 지방자치의 고사 위기 등을 해소하기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저성장·양극화·청년실업·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발언 등이 그렇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일반 국민의 삶과 관계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물론 그동안의 헌법 제·개정이 단지 권력구조만 바꾸는 데 그쳤던 것은 아니다. 미국·일본·바이마르 헌법을 참조해 만들어진 제헌헌법은 다분히 선언적 차원이지만, 현행 헌법까지 이어진 권리·의무조항 외에 사회주의 성격을 띈 이익분배 균점권까지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의 헌법 개정 역시 기본권의 유보와 제약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한 7차 개헌(유신헌법)을 제외하면 헌법의 기본권 조항은 ‘문서상’으로나마 꾸준히 강화돼온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현행 헌법은 이전까지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이론상의 조항으로만 존재하던 기본권을 실질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문제는 민주화의 열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 역시 30년의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변화한 환경과 국민들의 인식을 담아내는 데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문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양산, 빈부격차 심화, 고령화와 저출산, 지방자치 확대,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 급증으로 인한 다문화 사회의 도래, 정보사회의 고도화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의 사회문제화” 등이다. 헌법이 불변의 문서가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면서 사회가 추구해야 할 미래적 가치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규점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본권 조항의 개정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온 셈이다.

시민운동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개헌을 주창하는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2장의 ‘국민’ 규정을 포함해 사회변화에 맞게 손볼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학계가 대체로 합의한 부분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인간’으로 확대하고, 차별금지의 사유를 대폭 확대해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까지도 포괄하자는 것 등이다. 아울러 언론·출판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까지 확장하는 ‘자유권의 확대’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모성 보호 강화, 정보기본권 확보, 토지공개념 도입, 근로의 의무 삭제, 남녀 고용조건 평등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등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같은 기본권 개헌 논의가 귀결하는 지점은 ‘국제인권 기준에 맞춘 개헌’이다. 학계에선 ‘유럽연합(EU) 기본권 헌장’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기본권 헌장은 전통적인 시민·정치·경제·사회적 권리뿐 아니라, 문화·생태적 이해관계, 개인정보의 보호,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생명윤리 등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집대성한 ‘21세기의 권리장전’으로 불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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