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최경환 안종범 강석훈 등 친박 실세
2004년 전후 유승민이 데려와
박, ‘바른말’ 유보다 최를 더 총애
2011년 독자 노선 본격화
2004년 전후 유승민이 데려와
박, ‘바른말’ 유보다 최를 더 총애
2011년 독자 노선 본격화
원조 친박에서 ‘핍박’으로
유승민은 원래 ‘이회창 사람’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 시절 경제정책을 놓고 김대중 정부와 충돌하던 그를 2000년 2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이회창은 해박한 경제 지식과 명쾌한 논리, 꼿꼿한 성품을 가진 젊은 유승민을 아주 가까이 뒀다.
2002년 대선에서 진 뒤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그는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얼굴로 등장하면서 다시 중앙무대로 나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인 박세일한테 박근혜가 단 한명을 부탁했는데 그가 바로 유승민이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13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처음 듣는 얘기로, 내가 비례대표 의원이 된 내막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유승민은 박근혜 체제에서 승승장구했다. 2005년 1월 초선인 유승민은 당 대표 비서실장에 발탁된다. 그는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무성과 함께 박근혜 체제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었다.
이 시절 유승민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박근혜 쪽으로 끌어들였다. 최경환, 안종범, 강석훈, 이혜훈, 이종훈 등 이른바 원조 친박 인사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원래 유승민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일할 때 이회창을 돕기 위해 모은 각계 전문가 그룹 중 일부였다. ‘도덕성이 강한 박근혜가 이명박보다 낫다’는 유승민의 설득에 대부분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지만, 박재완, 이주호 등은 이명박 쪽으로 갔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까지 박근혜에 대한 유승민의 ‘헌신’은 놀라울 정도였다. 2005년 10월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후보인 이강철을 이기는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 한명도 없자, 박근혜는 유승민을 차출했다. 여론조사에서 다소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도 그는 두말없이 이를 수용했다. 경쟁 진영인 이명박 쪽을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해” 뛰었다는 그는 경선이 끝난 뒤 이빨이 여러 개 빠져서 임플란트를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를 ‘홀대’했다. 2007년 경선 캠프를 짜면서 정치 경력 면에서 유승민보다 훨씬 뒤처지는 최경환을 종합상황실장에 앉힌 반면에 유승민은 그 아래인 정책메시지총괄단장으로 임명했다. 게다가 2007년 대선이 끝난 뒤 이명박 정부에서 최경환에게는 지식경제부 장관 자리를 받도록 허락한 반면에 유승민에게는 아무런 당직도 맡지 못하게 막았다. 유와 최의 서열을 바꾼 것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보스한테 싫은 소리를 절대로 하지 않는 최경환과 달리 유승민은 꼬장꼬장하게 할 소리를 다 했는데 이런 점이 거북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007년 대선이 끝난 다음부터는 박근혜의 곁에 유승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2011년 전당대회 때도 그는 박근혜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때는 후보 캠프에 유승민이 사실상 없었다. 2015년 2월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계와 대척점에 섰다. 유승민은 청와대와 친박이 미는 이주영-홍문종 조에게 맞서 싸웠다.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박근혜-유승민의 정면 대결, 올해 초 공천 파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와 유승민 두 사람은 선대 때부터 악연이 있었다. 유승민의 선친인 유수호(2015년 작고)는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1971년 8월 당시 울산시장 윤동수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윤동수는 그해 4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 개표 때 공화당 후보 박정희에게 유리하도록 개표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학내 시위를 주도했던 부산대 총학생회장 김정길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을 허가했다. 이로 인해 그는 1973년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유승민은 자신이 정치에 입문할 때 선친이 “의협심을 가져라. 절대 비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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