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창립기념 특강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무대 뒷편에 섰다 동료 의원들의 권유로 앞줄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청원 의원이 청와대와 친박계의 ‘길닦기’에 힘입어 당 대표 출마 수순에 들어가면서,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친박 대 비박’ 진흙탕 싸움이 거칠어지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외쳤던 ‘계파 청산’은 오간 데 없다.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비박계 후보’ 지지 의사를 좀더 명확히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전당대회 관련 입장 표명을 안 하느냐’고 묻자 “안 하긴 왜 안 하나. 나도 내 주장을 해야지”라며 “나는 비주류 아니냐. 비주류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좌장으로서의 역할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전날 “(비박계 후보가) 당선되려면 당연히 단일화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김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친박계의 ‘서청원 옹립’ 움직임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친박계는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에 맞물려 서 의원을 ‘당권 구급차’로 호출했다. 이미 2002~2003년 당 대표를 지냈고 2014년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8선 의원을 다시 불러낸 것이다. 이에 홍문종 의원 등 다른 친박계 주자들이 불출마 쪽으로 ‘차선 변경’을 하는 등 ‘교통정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뒷배경으로 한 ‘비박계 단일후보’와 친박계의 서 의원이 맞붙어, 2년 전 ‘김무성 대 서청원’ 전당대회의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최대의 암, 친박 패권을 척결하겠다”며 친박계와 서 의원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평화방송>(PBC) 라디오에 출연해 “2003년 새누리당이 거의 망하게 됐던 ‘차떼기당’ 당시 당 대표가 서청원 의원이었다. 2008년 친박연대가 어마어마한 공천헌금을 받고 구속됐던 사람도 서청원 의원이었다. 차떼기 공천헌금 대표에게 리더십을 맡길지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한 의원은 “당을 분열시키려는 사람은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전당대회 1등 하면 친박이 협조하리라고 보느냐”고 발끈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정치적 대선배에 대한 도의도 예의도 없다. 당내 편가르기는 당장 당 윤리위에 회부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14일 지지자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년 전의 전당대회 승리를 기념하는 초대형 행사를 열 예정이어서, 계파간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표의 ‘비박계 단일화’ 주장에 대해 “계파 싸움으로 총선 참패를 했는데 (비박계)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또다시 피 튀기는 계파 싸움을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는 17일엔 총선 참패 원인을 되짚는 백서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내용에 따라 계파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김남일 성연철 기자 namfic@hani.co.kr[관련 영상] 김종인과 서청원, ‘올드보이 딜레마’/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