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8년 만에 ‘원훈’을 또 바꿨다. 국정원은 13일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를 새 원훈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오천년을 이어온 이 나라를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의 초석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원훈 변경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명칭 변경하면서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당시부터 쓰던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정치사찰과 공작정치를 일삼던 안기부를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 국정원은 “기존 원훈이 정보기관의 임무와 기능, 요원의 사명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다시 변경한 바 있다.
국정원은 원훈 변경과 함께 1998년 만들어진 엠블럼을 나침반과 횃불을 형상화한 기존 이미지에서 태극 문양과 횃불을 청룡과 백호가 위아래로 감싸는 이미지로 바꿨다. 국정원은 “고구려 기상을 되살려 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 통일,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야 하는 국정원의 중대한 소임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 정보기관들은 ‘모토’를 가지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연방수사국(FBI)은 ‘충성, 용기, 성실’, 이스라엘 모사드는 ‘기만’을 강조한다. 국정원 원훈처럼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정보기관으로서의 전통과 기능, 특수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정원에 오래 몸담았던 한 인사는 “‘영광’ 등의 표현은 정보기관에 어울리지 않는다. 원훈은 내부 조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다지자는 것인데 대외적으로 너무 보여주려는 느낌이 강하다.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홍보원같다”고 했다.
한편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디지털자료 증거능력, 감청제도 등 국정원 권한과 밀접한 법·제도 정비를 목적으로 하는 ‘안보형사법 연구논문’을 현상공모하고 있다. 최우수상 500만원, 우수상(2편) 각 300만원, 장려상(20편) 각 50만원을 상금으로 내걸었는데,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권한 강화와 관련한 법·제도 변경을 염두에 두고 상금까지 내거는 것은 전례가 없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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