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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신공항 정치논리로 결정되나…두쪽 난 TK-PK 민심

등록 2016-06-09 19:37수정 2016-06-09 22:18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앞줄 왼쪽 넷째)가 9일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를 찾아 부산시당 당원들과 함께 정부에 ‘가덕신공항’을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앞줄 왼쪽 넷째)가 9일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를 찾아 부산시당 당원들과 함께 정부에 ‘가덕신공항’을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영남권 신공항, 가덕도냐 밀양이냐
새누리 의원들 격렬 대립
‘밀양으로 기운 것 아니냐’ 뒤숭숭
부산시장 “용역 왜곡땐 불복”
문재인도 어제 가덕 후보지 방문
부산시민단체 14일 궐기대회
정부 검토만 10년을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이달 안으로 윤곽이 드러난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가운데 어느 곳이 선정되든 여당 텃밭인 영남권을 대구·경북(TK)과 부산 두 쪽으로 벼락처럼 찢어놓을 것이 분명하다. 대선 때마다 영남권 표심을 흔들던 초대형 시한폭탄의 뇌관이 대선을 1년6개월 남겨둔 시점에 일찌감치 작동하는 셈이다.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과 부산시장이 지난 8일 당정협의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결의한 데 이어,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가덕도를 방문하는 등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 새누리, 텃밭 내전 후끈 새누리당 영남권 의원들은 이미 둘로 쪼개진 상태다. 부산과 경남지역 일부 의원들은 가덕 신공항을, 대구·경북 의원들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밀양 신공항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지역 의원들이 ‘김해공항 가덕 이전 시민추진단’과 함께 정진석 원내대표를 면담하자, 이튿날 대구지역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를 찾아가 맞불을 놓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4(대구·경북·경남·울산) 대 1(부산)’ 싸움이다. 모두 새누리당이 지자체장을 맡고 있다.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을 향해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다. 서 시장은 “(입지 선정 과정의) 불공정한 증거가 드러날 경우 그 즉시 불복을 선언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해놨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하며 “국토부의 입지 선정 정책 라인에 대구 출신 인사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부산 시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부산지역 100여개 단체로 꾸려진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는 오는 14일 부산역 등에서 2만~3만명이 참가하는 ‘가덕 신공항 쟁취 및 불공정 용역 규탄 시민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동안 자제하던 대구도 거세게 나오는 부산을 향해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는 “부산이 신공항 유치를 위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신공항정책연구팀장은 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남지역 중심지로 접근성이 뛰어나고 공항 건설 비용도 적게 든다”며 밀양 신공항을 주장했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당론이 두 쪽 나는 경험을 했던 새누리당은 신공항 문제를 당내로 끌어오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신공항은 정무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당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입지 선정 이후의 후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크다. 단순한 정치적 압박 이상이다. 한 부산 의원은 “밀양으로 선정된다면 티케이 패권에 대한 부산의 저항과 반감이 극대화할 것이다. 그 결과는 지지 폭락”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 사람들은 티케이한테 항상 당해왔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내년 대선 후보가 티케이에서 미는 사람이 될 경우 부산은 확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세연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직무대행도 “새누리당이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부산에서 완전한 지지 철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노골화하는 ‘친박 패권’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신공항 입지 선정에 티케이의 입김, 더 나아가 퇴임 이후를 고민하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친박계인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이 4·13 총선 때 “박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이미 박근혜 정부의 마음이 (대구와 가까운) 밀양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김세연 의원 등 새누리당 내 비박계 핵심들이 부산지역인 것도 공교롭다. 신공항 문제가 여권 안에서 ‘대구·경북 대 부산’이라는 정서적 결별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더민주도 들썩 새누리의 내전 틈을 야당이 파고들고 있다. 더민주는 4·13 총선에서 부산 18석 가운데 5석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부산에서 지역구(사상) 의원을 지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9일 오전 부산 가덕 신공항 후보지를 전격 방문했다. 내년 대선까지 부산의 ‘야성’을 더 키워놓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부산시민들은 입지 선정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지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라”며 뜨거운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여러 차례 “부산시민”을 반복하며 “이 문제는 정권 눈치를 보는 새누리당보다 더민주가 앞장서서 부산시민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했다.

역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부산·경남(PK)지역 득표율은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 지역 출신인 김영삼 후보가 나선 14대 대선에서 261만표를 몰아줬지만, 티케이 출신인 이명박 후보(17대)에게는 164만표, 박근혜 후보(18대)에게는 그보다 더 줄어든 112만표만 내줬다. 신공항 문제는 부산에서 야당이 목소리를 키우고 지지기반을 넓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페이스북에 “호남에서 외면당한 문재인 전 의원이 여권과 영남 갈라치기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부산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가덕 신공항이 아닌 다른 곳이 된다면 새누리당에 대한 부산의 민심 이반은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대구 부산 창원/김일우 김영동 최상원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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