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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감 현안에 거침없이 직설…박원순 확 달라졌네

등록 2016-05-25 19:26수정 2016-06-03 17:27

상시청문회 논란에 “일 하겠다는데”
반기문엔 “유엔결의안 존중 바람직”
측근도 ‘대선의식 모드전환’ 인정
더민주 관계자 “2017년 출마는 상수”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심상찮다.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과거와 달리 국회나 당내 현안은 물론, 문재인·반기문 등 대선 경쟁자들에 대한 직설적 언급도 마다않는다. 문재인·안철수라는 야권의 양대 주자 틈새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시도란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25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문제, 정계개편과 당내 대선주자 경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냈다. 껄끄러운 현안에 대해선 “제가 논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가도, 이내 피하지 않고 할말은 다 하는 모습이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선 “그동안 (대통령이) 놀고먹는 정치라고 하지 않았나. 당연히 해야할 일을 (국회가) 하겠다는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기문 총장의 대선 도전과 관련해선 “유엔 사무총장이 특정 국가의 공직자가 되면 그것을 활용하거나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정부직 취임을 막는) 유엔결의안이 나온 것이다. 그런 결의안은 존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당의 대선주자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엔 “어디 그런 결의 절차가 있었느냐”고 재치있게 되받은 뒤 “정치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최종 판단자이자 심판자인 국민들은 안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누가 당의 대선후보가 될지는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니, 섣불리 상황을 예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서울 시정과 관련한 메시지에서도 ‘정치적 적극성’이 읽힌다. 박 시장이 지난 17일 무악2구역 철거 현장을 전격 방문해 내놓은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당시 박 시장은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리는 재개발 현장의 철거를 중단시키면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를 중단하겠다, 내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고 했다. 지켜보던 철거민들은 환호성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당시 녹화 영상을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떤 행동과 메시지가 지지층을 고무·열광시킬 수 있는지를 꿰뚫고 있다”고 했다. 호남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일에도 열심이다. 5월 중순 광주를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하며 현지의 대학생,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났고, 서울에서 열린 5·18기념식에 가선 “광주정신은 제 믿음과 소신이었고 행동의 근거였다”며 ‘광주와의 일체감’을 거듭 강조했다.

측근들도 박 시장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정치인으로 ‘모드 전환’에 돌입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박 시장과 가까운 정무직 공무원은 “야권의 상황 변화에 대해 (박 시장) 본인의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메르스 사태 직후의 10% 중반대 지지율이 총선 국면을 거치며 ‘반토막’난 상황 아니냐”고 했다. 실제 메르스 사태 직후 한국갤럽 정기 조사에서 15%까지 치솟았던 박 시장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5월 둘째주 같은 조사에서 6%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문재인 전 대표가 12%에서 18%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9%에서 20%로 지지도를 끌어올린 것과 대조된다. 박 시장을 잘 아는 더민주 관계자는 “2017년 대선 출마는 상수다. 다만 같은 광역단체장이지만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달리, 박 시장은 확고한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게 변수”라고 했다.

이세영 기자monad@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1_스크린도어, 박원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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