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8일 새누리당에서는 총선 참패의 환부로 지목되며 한때 수그러들었던 친박근혜계의 패권적 행태가 한층 노골적으로 분출했다. 보름 전 큰 표차로 선출된 정진석 원내대표는 “내 편이 없다”며 친박계 압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 친박 본색 폭발 전날 당 쇄신의 첫발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무산에 고무된 친박계는 이날 “생각이 다른 사람이 당을 나가라”며 비박근혜계를 향해 탈당·분당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스스럼없이 입에 올렸다. 김태흠 의원은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 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생각이 다른 사람이 당을 나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뼛속 깊은 거부감이라는 ‘친박 본색’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비박계 비상대책위원들이 내정된 뒤) 첫 회의부터 당내 구성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유승민을 빨리 복당시키라는 얘기를 서슴없이 했다”고 비난했다. ‘유승민 복당’이라는 친박계의 금기어를 비박계가 꺼낸 게 이번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무산 사태의 한 원인임을 자복한 것이다.

당 지도부 공백을 조기 해소하기 위한 비대위·혁신위 구상에 제동을 건 친박계에서 전당대회를 서두를 것을 주장하는 앞뒤 안 맞는 상황도 벌어졌다. 홍문종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전당대회를 빨리 치르는 것도 방안”이라고 했다. ‘친박 2선 후퇴론’을 밟으며 당권 장악으로 곧장 돌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정진석, 지역구행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던 중 예정에 없이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로 발길을 돌렸다. 정 원내내표는 지역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당에서 혼자다. 새누리당에 내 편이 없다”며 “국민 뜻을 존중해서 가면 되는 것이지 언제까지 계파, 계파 할 거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칩거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유일한 사령탑이지만 사태 수습 방안은 마땅치가 않다. 그는 비대위·혁신위 인선을 새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정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문가 사장(정 원내대표)이 왔는데 대주주(친박계)가 엎었다. 그러면 대주주가 먼저 태도를 정리하고 나와야지, 사장이 먼저 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침 광주행 기차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 원내대표는 앞뒤 자리에 앉았지만 약 2시간 동안 서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아, 청와대와 정 원내대표 간의 냉랭한 기류를 드러냈다. 한편, 혁신위원장(내정)에서 사퇴한 비박계 3선 당선자인 김용태 의원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겨레>에 “탈당하지 않고 (당내에서) 싸우겠다.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이경미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