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2011년 5월16일 공식 블로그인 ‘훈터’에 ‘영화, 소설, 만화까지-5·18을 다룬 다양한 콘텐츠’라는 게시물을 올리고 황석영씨 책 라는 책을 소개했다.
공식 블로그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소개
‘80년 5월 광주 10일간 기록물’로 한때 이적표현물 분류
2011년엔 민주화 기리자며, 2016년엔 ‘제창’ 못하는 이유는?
‘80년 5월 광주 10일간 기록물’로 한때 이적표현물 분류
2011년엔 민주화 기리자며, 2016년엔 ‘제창’ 못하는 이유는?
작사자 황석영씨의 방북 행적 등을 거론하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했던 국가보훈처가 5년 전엔 황석영 작가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책을 ‘5·18 바로 알기’ 콘텐츠로 소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처는 14일 보도자료를 내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1년 남쪽의 황석영과 북쪽의 리춘구가 공동집필하여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임’과 ‘새날’의 의미에 논란이 야기됐다”며 올해 기념식에서 제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작사자(황석영)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국민 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황 작가와 북한이 관련돼 제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약속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 안에서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처장은 18일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서 유족들의 항의를 받고 입장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5년 전, 박 처장이 이끌었던 국가보훈처는 지금과 180도 다른 판단을 내렸다.
국가보훈처는 보훈처 공식 블로그인 ‘훈터’에 2011년 5월16일 ‘영화, 소설, 만화까지-5·18을 다룬 다양한 콘텐츠’라는 게시물(▶바로가기)을 올리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소개했다. 소개글은 “황석영이 쓴 광주민중항쟁의 다큐멘터리입니다”로 시작한다. 국가보훈처는 이어 “광주 5월민중항쟁 열흘간의 참상과 항쟁을 총체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저자는 그 열흘간의 피어린 일들이 잊혀져야 할 비극적 참사가 아니라 전 민족이 환희의 광장으로 나서는 출발점임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시물의 끝자락에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매체로 만들어진 5·18민주화운동 관련 이야기로 5·18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바로 알며, 민주화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계기를 만들도록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한다. 박 처장은 2011년 2월 취임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풀빛·1985)는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 새벽까지 광주에서 일어난 10일간의 상황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최초의 공식 출판물로 꼽힌다. 전두환 정부는 책이 나오자마자 2만여권을 압수했고 풀빛출판사의 나병식 대표를 구속했다.
집필자로 알려졌던 황석영 작가는 국가모독죄, 유언비어 유포죄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최근에서야 당시 이름없는 청년들이 7개월간 비밀리에 모은 기록을 황 작가가 넘겨받아 정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황 작가는 집필자로 나서며 청년들의 ‘방패막이’ 역할도 감당했다. (▶바로가기 : “광주의 이름 없는 청년들이 썼다고 하면 기록을 믿었겠나?”) ‘넘어 넘어’로 알려진 이 책은 1987년까지 ‘금서’, 2000년대 초반까지 이적표현물로 분류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백기완씨가 옥중에서 쓴 시를 바탕으로 황 작가가 노랫말을 만들어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사살된 시민군 대면인 윤상원씨와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1982년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황 작가는 이후 1989년 방북했다가 7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에 사면 석방됐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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