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박당’에서 ‘애걸복당’으로.
여소야대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새누리당이 제1당 회복을 위한 탈당파 당선자 복당 방침을 거듭 밝힌 15일, 당 관계자는 “자를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제발 복당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애걸복당’ 처지가 됐다”고 했다. 예상보다 이른 복당 결정은 환영하지만 ‘도대체 이게 뭐냐’는 자조인 셈이다. 반면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는 탈당파 복당을 반대하는 일반 당원과 지지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당 누리집 게시판도 ‘당 정체성 위배는 여전하다’며 복당 불가를 요구하는 글들로 도배됐다.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유승민 의원의 탈당을 비난하며 “대통령 거부권까지 발동하도록 만든 것이 ‘당 정체성 위반’이다. 당을 모욕하고 침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났다”고 했다. 이후 친박계는“대통령 얼굴사진도 돌려받아야 한다”며 탈당파를 몰아세웠다.
당은 자중지란에 빠졌는데 정작 “내가 있는 한 복당은 안 시킨다”며 ‘복당 감별사’를 자처했던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인 그는, 전날 대구선대위 해단식이 끝난 뒤 복당 문제를 묻는 취재진에게 “나한테 묻지 말라. 그건 이제 당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복당 절대 불가’(7일) 발언은 “당에서 민감해 하는 문제를 지역 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얘기한 것이다. 이제는 평의원이라 얘기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총선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 당선자들의 지원을 받아 당권을 거머쥔 뒤 ‘최가박당’(최경환 대표-박근혜 대통령 라인)을 구상하던 최 의원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더니 진박 논란으로 여론이 나빠진 수도권까지 올라와 지원유세를 폈다. 선거 결과를 보라. 오히려 ‘낙선 감별사’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했다. 총선 패배 책임을 나눠져야 하는 만큼 당권 도전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인데도 당분간 지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체격은 크게 줄었지만 체질만은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바꾸는 데 성공한 친박계 쪽은 선뜻 당권에 손을 벌릴 수도 없지만 ‘떼어 놓은 당권’을 내주는 것도 고민이다.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며 옥새 투쟁까지 벌인 김무성 대표의 총선 패배 책임도 분명한 상황에서 친박계만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불만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상향식 공천을 한다며 자기와 가까운 현역 의원들로 전원 재공천한 부산을 봐라. 야당 신인들에게까지 의석을 내주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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