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각 방송사에서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심각히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새누리당은 12년 만에 총선 패배라는 낯선 상황에 마주했다. 예상하지 못한 패배로 계파간 책임 공방과 향후 전당대회 및 대선 국면 과정에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145석을 얘기했지만, 내심 과반을 기대했던 새누리당은 예상치 못한 패배에 당혹감이 역력했다. 오후 6시 “새누리당 과반 확보 실패”라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의도 당사 상황실은 “아…” 하는 탄식으로 뒤덮였다. 안형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밤 11시40분께 “국민의 뜻이 얼마나 엄중한지 뼛속 깊이 새기게 한 날이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당장 패배의 책임을 두고 친박과 비박 간의 공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뜻에 따라 기준 없는 공천을 한 친박이나 이를 막지 못한 채 ‘옥새 파동’을 일으킨 비박 김무성 대표는 과반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넘길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상황실을 떠나며 “거저먹는 선거를 이렇게 망친 사람들이 한마디 말도 없다”며 친박계를 겨냥했다. 한 친박 관계자는 “당대표라는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서 공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예고하고 옥새 파동을 일으키니 일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친박과 비박은 6월께 치러질 조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을 두고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당내는 비박, 반박 쳐내기 공천 탓에 여전히 다수는 친박이다. 2년 임기의 새 당대표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지닌다. 친박으로선 순순히 당권을 내줄 가능성이 작다. 반면 소수 비박계는 총선에서 심판받은 친박계의 당권 장악은 민심을 역행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저지에 나설 게 유력하다. 그러나 여소야대로 차기 대권 창출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극한 대립을 피하려 양쪽이 절충형 인물을 당대표로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패배 탓에 최경환 당대표를 내세운 친박 친정체제 구축은 사실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절충형 대표로는 이주영, 유기준, 정우택 의원 등이 거론된다.
유승민 등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할 가능성은 트였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들이 표로 유승민 의원 등은 내쫓아선 안 된다고 말한 것 아니냐. 과반도 무너진 상황이라 당이 생각보다 빨리 이들의 복당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완강히 복당을 반대할 경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반론도 있다. 당내에선 수도권 나경원, 김용태 등 수도권 50대 의원을 축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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