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저녁 서울 노원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뒤 꽃다발을 목에 건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 투표를 다르게 하는 ‘분할투표’(스플릿 티켓 보팅)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국민의당이 40석 안팎의 안정적인 제3당으로 발돋움하게 된 원동력도 분할투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 개표가 50% 가까이 이뤄진 14일 새벽 1시20분 현재, 정당 투표 득표율은 새누리당 36.32%, 더불어민주당 24.39%, 국민의당 25.30%, 정의당 6.60%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47석의 비례대표를 놓고 환산하면 새누리당 19석, 더민주 12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 3석으로 계산됐다. 비례대표 의석이 총 54석이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25석, 민주통합당 21석, 통합진보당 6석, 자유선진당 2석이었던 것과 견줘,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크게 줄고 신생 제3당인 국민의당이 약진한 점이 두드러진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42.8%를 기록했으나, 이번에는 30%대로 떨어졌다. 특히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제2당인 더민주를 앞섰다.
이런 결과는 ‘1여 다야’의 총선 구도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는 새누리당이 아닌 더민주 등을 찍고, 정당 투표에서는 국민의당을 찍는 ‘전략적 선택’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KBS)이 출구조사를 토대로 분할투표 경향을 분석한 결과, 지역구 후보를 더민주로 선택한 이들 가운데 무려 20.8%가 정당 투표에서는 국민의당으로 이동했다.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을 찍은 사람 가운데서도 12.9%가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지역구 후보를 국민의당으로 선택한 이들은 80.3%가 비례대표도 국민의당을 찍어, 더민주 지지자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분할투표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예고됐다. 한국갤럽의 지난 4~6일 조사에서 ‘투표할 지역구 후보의 소속 정당’은 새누리당 36%, 더민주 21%, 국민의당 10%, 정의당 2%로 나타났다.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을 묻자 새누리당은 그대로 36%인 반면, 더민주가 18%로 떨어지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각각 17%와 9%로 뛰었다. 이를 토대로 환산한 비례대표 의석 예상치는 새누리당 21석, 더민주 11석, 국민의당 10석, 정의당 5석이었다. 그러나 13일 출구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20석 밑으로 떨어지고 국민의당이 13석으로 늘어나 ‘새누리 이탈 및 국민의당 지지’ 현상이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 ‘5석+알파’를 기대했으나, 유권자들의 정당 투표 표심은 제3당인 국민의당에 더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분할투표 경향을 예측해온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은 “새누리당도 싫고 더민주도 밉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확인됐다”며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야권 분열 여부와 무관하게 새누리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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