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밤 당선이 유력해진 뒤 지지자에게 업힌 채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3구 공천으로 금배지를 단 초선은 ‘0.5선’으로 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 서초·강남·송파는 새누리당 세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이번 4·13 총선에서는 “강남 너마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여당 허리를 단단히 감싸던 ‘강남벨트’가 헐거워졌다.
14일 0시50분 현재 개표 기준으로 강남벨트 8곳 가운데 무려 절반인 4곳에서 더민주 후보가 표차를 벌리며 1위를 달리거나 초접전을 펼쳤다. 강남을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을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10%포인트 가까이 비교적 여유있게 앞서며 1위를 달렸다. 송파병에서도 더민주 남인순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자 이 지역 재선인 김을동 의원을 3.09%포인트 앞서는 이변이 벌어졌다. 진박 인사 단수추천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영순 후보가 무소속 출마한 송파을 역시 최명길 더민주 후보가 2.11%포인트 앞서는 숨막히는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송파갑에서는 19대 총선에 이어 다시 맞붙은 현역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더민주 박성수 후보를 3.14%포인트 근소하게 앞서는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서초갑·을, 강남갑·을, 송파갑·을·병 7곳을 싹쓸이했다. 이번 선거 최대 이변 지역으로 꼽힐 정도의 대반전인 셈이다. 송파 3개 지역구는 국민의당 후보가 뛰어든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졌다. 국민의당 후보들이 두자릿수 득표(0시50분 현재 13.67~15.41%)를 했는데도 새누리당 후보와 더민주 후보가 대등한 싸움을 벌인 것으로, 강남3구 동남권의 여당세가 상당부분 허물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후보 당선이 확정된 곳은 서초갑(이혜훈), 서초을(박성중), 강남갑(이종구), 강남병(이은재) 정도다. 강남3구 판세에 밝은 새누리당 관계자는 “진박 공천 논란과 ‘청와대 팔기’가 수인한도를 넘어서면서 강남벨트 전체가 여당에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상황이 감지됐다”고 했다.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밭’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지역구의 ‘개인기’ 약한 후보들이 고비를 맞았다는 것이다. 강남을의 경우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 새로 붙고 여당세가 강한 동네를 신설 지역구인 강남병에 떼어준 영향도 컸다.
새누리당은 0시50분 개표 기준으로 서울지역 49석 중 12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 총선 당시 48석 중 16석을 가져갔던 것과 비교하면 대참패다. 강남3구가 흔들린 것이 예상 의석수 감소의 결정타가 됐다. 실제 개표 결과가 다소 어긋나더라도 강남3구에서 이처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것만으로도 이변임에는 틀림없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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