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나온 유승민 후보가 13일 저녁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새누리당 공천파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유승민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보복성 공천탈락으로 함께 무소속 출마한 측근들이 모두 낙선해, 상처 입은 승리를 얻게 됐다.
유 의원은 82% 개표된 14일 0시40분 현재 75.8%를 득표했다. 애초 당내 공천갈등 결과로 이곳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되면서, 새누리당 텃밭에서 무명의 야당 후보와 경쟁하게 된 유 의원의 당선은 예고됐었다. 하지만 친유승민계 무소속으로 나선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6%포인트 차이로 졌다.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은 정태옥 후보에게 약 30%포인트 차이로 크게 졌다. 출구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새누리당 엄용수 후보를 앞섰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결국 2.9% 차이로 석패했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로 4선 고지에 오르면 여권 내 친박계의 대항마이자 잠재적 대선주자로 위상이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장 복당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 있고, 복당하더라도 측근들이 모두 낙선한 상태에서 원내 우호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유 의원은 이날 밤 당선이 확정되자 “압도적인 지지에 감사드린다. 국민들께서 보수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해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측근들 낙선에 대해 “그분들의 몫도 짊어지고 가겠다. 당장 국회에 입성을 못했더라도 길게 봐서 정치를 할 분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지로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탈당 무소속 당선자들의 ‘몸값’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점 때문에 친박계의 거부감이 커 복당이 쉽지 않다. 총선 뒤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권력구도가 재편되는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줄곧 당선 뒤 복당신청을 하겠다고 밝혀온 유 의원은 “(복당해서) 당을 살릴 길을 같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던 2000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의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소장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는 등 원조 친박이었지만 지난해 원내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친박계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대신 개혁보수의 이미지를 굳혔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국회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라 공개 비판했고 당내 친박계의 거센 압박으로 5개월 만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친박계의 ‘고사 작전’에 등 떠밀리듯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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