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새들도 집이 있는데, 우리는 편히 쉴 곳 어디 있나~.”(‘월세비싸 못살겠네’)
“학자금 대출 받다보니 장가도 못갔네~.”(‘장가도 못갔네’)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의 멤버 김영준(41)씨는 오는 4·13 총선에서 청년들이 많이 사는 서울 서대문갑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주거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전월세 상한제’, ‘계약 자동연장제도’ 같은 어려운 용어를 쉬운 가사로 풀어 거리공연을 하는 식으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정책 버스킹’이다. 김 후보는 최근 앨범 발매 공연 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으로 마이크용 전기를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그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선이 되면 친환경적으로 ‘노래 노동’을 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4·13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이색 선거운동이 펼져지고 있다. 국회의원에 세 번째 도전하는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전북 전주을)는 유세 첫날인 지난달 31일 출근길 시내에 조선시대 죄인을 실어나르던 ‘함거’를 끌고 나와 출정식을 했다. 정 후보는 2011년 엘에이치공사 전주 유치 실패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정치인이 없다며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7일간 함거에서 단식을 한 바 있다. 정 후보는 이번에 함거를 다시 끌고 나온 것에 대해 “함거 속에서 절치부심했던 심정을 바탕으로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남 여수갑 김영규 무소속 후보는 ‘머슴 정치’를 하겠다며 머슴 복장으로 유세를 하기도 했다.
2년 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당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전거를 타고 유세해 관심을 모았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에는 지역 대학생 60명으로 구성된 선거운동원을 자전거에 태워 순천시내 곳곳으로 보냈다. 이들은 이동시 휴지를 줍거나 통학시간에 횡단보도에서 교통지도를 하면서 이 의원이 ‘지역일꾼’임을 강조하고 있다. 외모와 성격 때문에 ‘황소’라는 별명이 붙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인천 계양을)는 트럭 전면에 황소의 눈·귀·뿔을 달고 뒤편에는 꼬리를 단 뒤 황소 울음소리도 내는 ‘황소카’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경기 수원갑 이찬열 더민주 후보와 성남분당을 임태희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세그웨이(서서 타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지역을 누비고 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고연호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31일 저녁 불광역 앞 차도에 굴착기를 가져다 놓고 버킷에 올라타 퇴근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 복선화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꼭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고 후보가 안전장치 없이 도로표지판 바로 아래 높이까지 들어올려진 채 유세를 하자 일부 시민들이 불안해하기도 했다.
이경미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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