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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격전지’ 성남 중원…‘지역일꾼’ 호소 신상진, ‘쌈닭’ 벗은 은수미

등록 2016-03-24 20:57수정 2016-03-25 09:18

[4·13 총선 격전지 르포] 성남 중원
성남중원 주요 후보
성남중원 주요 후보

“아드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아이고, 이번에 작대기 하나 더 달았어.” “승진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80대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출마자라기보다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동네 주민의 모습이었다. 23일 성남 중원구 상대원2동 복지회관에 점심 급식을 먹으러 온 70~80대 어르신들은 신 의원의 인사에 “여기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야당 하는 거 봐. 이번에도 또 안 되겠어요?”라며 반겼다. 33년을 지역에서 살면서 지난 15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만 5번 치른 신상진 의원의 ‘강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4선에 도전한다.

성남 중원은 호남 출신 유권자와 공장 노동자들이 많아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재개발 등으로 타지역 인구가 유입되고 산업단지가 노후화되며 ‘제2의 호남’이라고 불리던 지역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이곳에서 3선(17대 재보궐-18대 총선-19대 재보궐)을 쌓은 신상진 의원에게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 국민의당 정환석 후보, 무소속 김미희 후보가 도전하는 ‘1여 3야’ 구도가 짜였다. 19대 비례대표인 은수미 의원과 이곳에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만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함께 의원직을 잃은 김미희 의원까지 전·현직 의원 3명의 격돌도 눈길을 끈다.

새누리 신상진 15년간 선거만 5번
출마자라기보다 동네주민 같은 행보

10시간 필리버스터 더민주 은수미
주민 스킨십 늘리며 잰걸음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오전 상대원2동 제2복지회관에서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오전 상대원2동 제2복지회관에서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 의원은 서울대 의대에 다니다 민주화운동으로 학교에서 제적됐고, 1984년 성남공단에 취직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학업을 마친 뒤 1991년 상대원 시장 주변에 작은 병원을 열었다. 신 의원의 보좌관은 “아직 그때 진료비 외상을 못 갚았다고 미안해하시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2000년 대한의사협회장 시절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의료계 폐업을 주도한 것이 눈에 띄어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입당을 제안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서민 복지나 주거환경 개선 등의 분야에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내세우는 ‘지역일꾼’ 이미지는 야당 성향 유권자들도 인정한다. 모란시장에서 참기름집을 운영하는 호남 출신 조광용(61)씨는 “인물은 신상진이 낫다. 오른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도 않았고 금수저도 아니고 지역구도 많이 챙기고 무난하다. 야당 지지자들한테도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3일 낮 금광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관내 어르신 짜장면 대접 행사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3일 낮 금광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관내 어르신 짜장면 대접 행사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은수미입니다. 은수저로 기억하시면 돼요. 하하.” 이날 비슷한 시간,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금광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자원봉사단 급식 행사에 모인 70~80대 어르신들 틈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었다. 10시간18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며 열변을 토하던 ‘여전사’ 은수미 의원은 이곳에 없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막내딸 은수미’로, 20~30대 자원봉사자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는 ‘큰언니 은수미’로 변해 활짝 웃고 있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명함과 후보의 얼굴을 번갈아 살펴봤다. 성남 중원에 지역 연고가 없는 그를 유권자들은 다소 낯설어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때문에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킨십’을 늘리는 데 그는 온 힘을 쏟고 있다. 은 의원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철새다’ ‘낙하산이다’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래도 두 차례 경선에 떨어져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키니 이제 인정해주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중원지역위원장 경선, 2015년 4·29 재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두 차례 떨어진 뒤 이번 총선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으로 대표되는 그의 노동운동 경력은 물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보여준 ‘노동전문가’, ‘저격수’ 등의 이미지는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은 의원은 “어르신들한테 ‘체구도 작고 여리여리한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 하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필리버스터 이후 ‘강단 있다’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고 웃었다.

은 의원 쪽은 국회에서 다져온 기존의 ‘쌈닭’ 이미지 대신 상임위 활동을 바탕으로 노후된 공단 활성화와 중소상인 살리기 등의 공약을 내세워 ‘경제전문가’ 이미지로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 하고 있다. 또 은 의원 쪽은 필리버스터 이후 20~30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주목하고 있다.

더민주서 국민의당 합류 정환석
“토박이”…호남출신 지지 기대

통진당 해산으로 의원직 잃은 김미희
명예회복 노려…“박근혜 정권 심판”

정환석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오후 은행동 은행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정환석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오후 은행동 은행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4년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내다 지난 2월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정환석 후보는 이날 중앙당에서 공천장을 받고 오후에 지역구로 돌아왔다. 은행동에 위치한 은행시장을 찾은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양당이 하도 싸움질만 해서 국민의당, 안철수당으로 갔습니다. 3번 ‘나라 정’자 정환석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에서 신상진 의원에게 패한 그는 “작년에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번에도 도와주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장 상인들은 “그래 알지, 잘해봐”라며 정 후보를 익숙하게 맞았다. 한국노총 성남시지부 부의장 출신인 그는 “정치를 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라 20년 전에 먹고살기 위해 공단에 취직했다”며 ‘지역 토박이’로서의 강점을 내세웠다. 윤은숙 성남시 호남향우회장이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등 호남 출신 지지자들의 뒷받침도 기대하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주변 신도시로 출퇴근하는 교통수요의 증가와, 낙후된 산업단지와 주거환경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며 큰 차별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성남 중원은 야권 후보단일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4일 <조선일보>의 여론조사에 신상진 의원은 39.2%의 지지율로 25.9%의 은수미 의원을 13.3%포인트 앞섰고, 정환석 후보(6.3%), 김미희 전 의원(2.9%)이 뒤를 이었다. <중부일보> 조사에서는 신상진 의원 37.7%, 은수미 의원 29.4%, 정환석 후보 14.4%로 집계됐다.(중앙선거관
리위원회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전주에서 올라와 중원에서 30년을 살았다는 은행시장 상인 박아무개(65)씨는 “신 의원이 세긴 하지만, 여전히 성남에는 호남 출신들의 표가 중요하다. 야권이 합치면 결과는 모른다”고 말했다.

은 의원 쪽은 후보단일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 후보 쪽은 “시기적으로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기류다. ‘명예회복’을 위해 나온 김미희 전 의원 쪽은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후보단일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승준 김지훈 기자 gamja@hani.co.kr

▶ 바로 가기 : ‘제2 호남’ 옛말…성남 중원, 야 분열때 연패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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