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새누리, 유승민 고사작전
유, 경선 기회도 박탈
“스스로 결단하라” 최후통첩인셈
내일 무소속 출마 밝힐듯
유, 경선 기회도 박탈
“스스로 결단하라” 최후통첩인셈
내일 무소속 출마 밝힐듯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사실상 4·13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친박근혜계가 다수인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는 당내 여론조사 경선이 가능한 마지막날인 21일에도 유 의원의 공천을 확정하지 않았다. 경선 기회도 박탈당한 유 의원은 22일 밤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컷오프’ 결론이 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도 유 의원의 지역(대구 동을)에 대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앞서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22일) 밤 9시까지 결정을 해 오라”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공관위가 또다시 의결을 미룬 것이다. 후보등록일(24~25일) 최소 1~2일 전에는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계산하면, 유 의원의 경선은 결국 무산된 것이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은) 시간적으로 경선이 어려워졌다. 단수추천으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정체성 위배’를 명분으로 유 의원을 공격해온 친박계 박 부총장이 유 의원 경쟁자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에 대한 단수추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유 의원에 대한 경선 ‘원천 봉쇄’는 “공천을 주는 일은 절대 없으니 스스로 결단을 하라”는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한 최고위원은 “경선이 물 건너갔으니 결국 (유 의원이) 스스로 판단하라는 뜻”이라며 “본인이 불출마해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했다.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의 자진사퇴가) 서로 간에 좋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늘도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미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 의원의 공천 탈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 관계자는 “유승민 공천 어렵다. 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친박계가 발표를 보류하고 막판까지 시간을 끌면서 유 의원에 ‘자진사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친박계에선 압박 카드로 ‘무공천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유 의원을 탈락시키면서도 여론의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 의원과 이재만 전 청장 모두에 공천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종희 제2부총장은 “무공천 지역을 남겨둔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후보등록일 전날인 23일이다. 유 의원은 22일 밤 친박계의 ‘최종 카드’를 확인한 뒤 이튿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 의원 쪽에선 “아직 무소속 출마 준비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도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침묵을 이어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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