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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오세훈, 시장때 이미지 좋아”-“정세균, 뉴타운 풀어준 일꾼”

등록 2016-03-18 21:20수정 2016-03-19 00:29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 인근 상가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 인근 상가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13 총선 격전지 르포
서울 종로
‘종로 유권자’는 까다롭다. 응원과 격려에는 아낌이 없어도 표는 쉽게 주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터가 좋아 큰 정치인을 많이 배출하는 곳”이라고 어느 주민은 자랑 섞어 말했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당 대표·원내대표를 지낸 5선 의원 정세균(66)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민선 서울시장 가운데 처음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55) 새누리당 후보, 지난 17~18일 거리유세에 나선 두 거물급 정치인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표정엔 ‘쏠림’이 없었다.

“아이고, 오셨어요?” “오랜만이시네.” 17일 명륜동 골목에서 명함을 나눠주던 정 후보를 만난 주민들은 그를 잘 아는 듯 살가운 인사를 나눴다. 4년 전 4선을 쌓은 지역구(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를 떠나 종로에서 ‘험지 출마’를 감행한 그가 뿌리를 내린 것 같았다. ‘낙하산’ 이미지를 벗고 지역 정치인으로 자리잡기 위해 정 후보는 100차례 ‘찾아가는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가가호호 방문해 2700여명을 만나왔다. 더는 ‘맨땅에 헤딩’이 아니다.

‘큰 일꾼’을 자임해온 정 의원의 발걸음을 주민들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총선에선) 당은 달라도 일할 분(정 후보)을 찍어드려야지. 국민이 기댈 만한 어깨가 있으신 분이잖아요.” 30년 동안 곱창집을 운영해 ‘마당발’을 자처하는 윤유순(67·명륜동)씨가 말했다. 직장인 배아무개(32·명륜동)씨도 “정 의원이 지역구 관리도 잘했고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리모델링도 잘해줘서 종로구에서 평이 좋다. 당 중진이기도 해서 파워도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 정 의원 스스로도 “지난번에 올 때보단 내가 훨씬 강해졌다”며 “공약이행률이 83.6%에 이르는 등 지역에 확실한 공적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지도는 높지만 확실한 ‘호불호’가 없는 건 정 후보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오 후보와 같은 ‘스타 정치인’의 출마에 주민들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오 후보는 지난 15일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박진·정인봉 두 전직 의원을 꺾고 본선 링 위에 올랐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4년여 만이다. ‘초심’으로 돌아간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부터 설날을 빼곤 새벽부터 저녁까지 주민들을 만나는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오 후보는 “지속가능한 복지라는 가치를 위해 싸운 것은 후회가 없지만 시장직을 건 것은 과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실수는 두 배로 열심히 일해서 벌충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를 다니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를 다니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역 주민들은 ‘스타 정치인’인 오 후보가 오면서 선거가 ‘백중세로 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세균씨가 참 겸손하고 사람이 좋아요. 박진씨하고 둘이 나왔다면 난 정세균씨를 무조건 찍어. 그런데 이번에는 오세훈씨를 밀어주려고.” 48년간 명륜동에서 거주한 신아무개(76)씨의 말이다. 신씨는 “오세훈씨는 자기가 말한 걸 실천에 옮기려고 깨끗하게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던 게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오랜 공백 끝의 정계 복귀에도 오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탄탄한 셈이다.

대권 지지도 3위 발판 오세훈 도전
서울시장때 뉴타운사업 ‘양날의 칼’

장관·당대표 지낸 5선 정세균 수성
지역구 관리·공약이행 등 점수높아

이날 낮 찾은 숭인1동 주민센터에서도 1층 강당에서 춤을 배우던 60~70대 댄스클럽 회원들은 만면에 화색을 띠며 오 전 시장과 악수를 했다. “실물로 보니까 더 낫네.” “그래도 새누리지. 조국을 이끌고 나가야지.”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부 박아무개(55·명륜동)씨는 “오세훈씨가 나온다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정세균씨는 싫은 것도 없지만 딱히 좋은 것도 없어요. 오세훈씨는 시장님 하실 때 이미지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인물도 좋고.”

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 후보는 벌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리얼미터, 3월7~11일). 지난 17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46.4%를 얻어 정 후보(36.9%)보다 9.5%포인트 높은 지지를 받았다. 오차범위(±4.0%포인트)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과거 종로 수송동에 있던 중동중(현 강남 소재) 출신이란 것 말곤 특별한 연고가 없는 종로에 그가 출마를 결심한 것은 대선 후보로 가려는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오 후보는 “시장 시절 펼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 종로구였다. 또 정세균이란 야당의 거물급 중진 의원을 상대로 싸워서 선전하는 것이 당을 위한 기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당시 추진한 정책들이 되레 오 후보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창신·숭인 지구’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7년 그가 추진했던 창신·숭인 뉴타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6년 동안 진통을 겪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매듭을 푼 이는 정 후보다. 정 후보는 창신·숭인 뉴타운 지구 지정 해제를 공약해 총선에 당선된 뒤 박원순 서울시장을 통해 이를 성사시킨 바 있다.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와 5091표 차로 이겼던 19대 총선 당시 정 후보는 홍 후보보다 창신·숭인동에서 4315표를 더 얻었다.

이 때문인지 숭인동 민심은 정 후보에게 비교적 넉넉했다. 18일 아침 동묘앞역에서 만난 이아무개(78)씨는 출근길 인사에 나선 정 의원에게 다가와 덥석 손을 잡았다. “덕분에 우리집 새로 지었어요. 고마워요.” 이씨는 “정 의원님이 (뉴타운 지정 해제) 해준대서 주민들이 죄다 (19대 총선에) 정 의원님을 밀어줬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뉴타운이 무산된 것이 아쉽다. 창신·숭인동 주거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다”며 ‘결자해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이 지역 주민 일부는 4년 만에 다시 만난 오 후보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김아무개(56·숭인동)씨는 “뉴타운 지정해놓고 도망친 생각을 하면 오 전 시장은 못 찍겠다. 그것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였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에게 관건은 웅크리고 있는 ‘부동층’이다. “뭐(공약)가 있어야 투표를 할 거 아녜요.” 명함을 주고 돌아서는 한 후보의 뒷모습을 팔짱 낀 채 바라보던 이준헌(42)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균관대 앞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씨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는 “9천원짜리 통닭 한 마리도 안 사 먹을 정도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믿기 어렵다”며 “후보들이 공약을 제대로 내놓으면 그걸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갈등조정 전문가’ 국민의당 박태순
“우리 사회 갈등 해결 앞장서겠다”

‘심상정 정책특보’ 정의당 윤공규
“청년·여성 일자리 정책 등 강조”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거리서 매일 연설회하며 정책홍보

이 지역은 더민주는 물론 국민의당과 정의당, 원외 정당인 노동당과 녹색당까지 야 5당이 모두 후보를 냈다. 출사표를 낸 박태순(53) 국민의당 국민소통기획위원장, 윤공규(53) 정의당 종로구위원장, 하승수(48)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한울(37) 노동당 부대표는 각자 차별화된 전략으로 주민들을 파고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을 지낸 박태순 후보는 부안 핵폐기장 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등 다양한 갈등 현장들을 연구해온 갈등조정 전문가다. 그는 “수없이 많은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를 통합해온 활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갈등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정책특보를 맡고 있기도 한 윤공규 후보는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 정책 등을 살펴온 만큼 선거에서도 이런 면모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 정당에 불리한 선거제도에 저항하는 의미로 500만원 범위에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하승수 후보는 매일 거리에서 정당연설회를 열며 기본소득 도입, 탈핵 에너지 정책 등 녹색당의 정책을 알리고 있다. 그는 “지역 청년들에게 녹색당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엄지원 김지훈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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