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 도중 사회를 본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격려 발언을 듣고 발언대 뒤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사흘째 진행중인 25일 밤 이날 발표된 당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4·13 총선에서 사실상 공천 배제된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과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 등 광주 지역 두 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도록 당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경민 의원에 이어 마지막 주자로 연단에 오른 강 의원은 오후 8시55분 토론을 시작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눈물을 흘렸다. 3선인 강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기 전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자주 했다고 언급하면서 “그때는 필리버스터 같은 수단이 없으니까 점잖게 싸울 수가 없었다”며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 의원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았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면 저의 이번 4선 도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졌을텐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 의원은 옷소매로 눈물을 닦다 손수건을 건네받고 잠시 등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보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렇게 뒷모습을 보니까 참 외로워 보이고 고독해 보인다”며 “실제로 보면, (강 의원은) 애기 같은 분이다. 용기 잃지 마시고 더 열심히 해서 국민으로부터 더 큰 인정을 받고 무엇보다 스스로 양심에 만족할 수 있는 의정활동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공천배제라는 말이 당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강 의원이) 당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고 응원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이날 당이 자신의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직후에도 본회의장과 의원회관을 오가며 토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대테러방지가 아니라, 국정원 강화법”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 댓글사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언급하면서 “국정원은 국민들에게 댓글원, 걱정원으로 불려진다. 그 여직원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지 않고, 이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 재판은 진행중”이라면서 테러방지법으로 인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 의원은 이날 무제한 토론 4시간을 넘어선 26일 새벽 1시께 “제게 허락된 시간이 1시간 밖에 없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말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전남대 출신으로 1985년 삼민투 위원장을 지냈고, 5·18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에 참가했다가 3년7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감옥생활을 했다. 17대 총선에서 6선의 김상현 후보를 꺾고 국회에 등원한 뒤, 내리 3선을 지냈다.
권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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