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4·13 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면접 심사 사흘째인 22일 오후 서초갑 예비후보인 최양오(맨오른쪽)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훈 전 의원, 조소현 변호사,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최 고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윤선 후보는 얼짱(얼굴이 뛰어난 사람)이라서 가점이 많아요. 요즘 같은 비주얼 시대에 그거 이상 더 칭찬이 뭐 필요하겠습니까.”(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혜훈 후보는 굉장히 저돌적으로 지역주민에게 다가간다는 평이 있는데 저 역시 좋은 점으로 지적했습니다.”(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서로의 장점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두 사람은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22일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사흘째 총선 예비후보 공천 면접심사에서, 서울 서초갑 예비후보로 나선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시종일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가시 돋친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면접 전 대기장소에서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복도에 마련된 대기석에 조 전 수석과 김무성 대표의 처남 최양오 예비후보, 조소현 예비후보가 순서대로 자리를 잡았다. 취재진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같이 앉으라고 했지만 “(이름) 가나다순으로 앉은 것이 아니다”라고 거부했다. 면접 직후 카메라 앞에서 파이팅을 외칠 때 조 전 수석은 “(서 있는 순서가) 가나다순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란 점을 내세웠고, 조 전 수석은 ‘당정청을 두루 겪은 경험’을 강조했다. 강력한 여성 후보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대기업 사장과 공직 경험을 내세웠다. 조소현 변호사는 “가장 지역밀착형 후보로 상향식 공천의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곧이어 서초갑 옆동네인 서초을 출마 희망자도 면접을 봤다. 현역인 강석훈 의원과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정옥임 전 의원은 복도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강 의원은 “향후 5년간 우리 경제를 새로 세우고,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깨기 위해 기회균등촉진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기회의 사다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변인은 “언론인 출신은 제너럴리스트인데, 국회의원은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서 정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 출신인 정옥임 전 의원은 “여당 텃밭으로 ‘묻지마 지지’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일부 지역에선 보금자리주택으로 유입된 젊은층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구청장은 “지역에 있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과 공공분야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이날 김을동 최고위원(송파병)과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파주을)도 면접을 봤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밉상”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잘못한 발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자 면접을 하다가 곧바로 심사를 받은 황 총장은 위원들에게 “살살 때려달라”고 농담을 했고 면접 뒤에는 “해보니까 떨리더라. 역지사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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