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을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지하철 신기역 앞에서 시민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달아오르는 4·13 총선 격전지
‘헌법가치 대 진박’ 맞붙는 대구동을 르포
‘헌법가치 대 진박’ 맞붙는 대구동을 르포
“보이소, 1번 새누리당 그대로 아입니까.”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기역. 50대 여성이 출근길 인사를 건네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을)에게 “출마하셨습니까, 무소속으로요?”라고 묻자, 유 의원이 명함에 적힌 기호 ‘1번’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 의원이 가끔 받는 ‘오해’다. 주민들의 손을 맞잡는 유 의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유승민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댕겨오이소”
유승민, 주민 곁으로
“보이소, 1번 그대로 아입니까”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출사표 유 의원은 전날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4·13 총선 격전지로 첫손 꼽히는 대구 동을 지역구 사수를 위한 ‘혈투’를 시작했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뒷다리를 잡았다”, “꿀리는 사람이 반기 든다”고 연일 유 의원을 저격하며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임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지원사격하면서 선거판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는 기자들이 ‘현역의원인데 예비후보 등록을 빨리 한 것 같다’고 하자 “같은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 다른 데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원내대표직을 던지면서 남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1항을 거듭 상기시켰다. “앞만 보고 뛰겠습니다. 결과는 대구시민, 동구주민들께서 결정해주실 겁니다”라는 다짐대로 유 의원은 이날 수행원 한 명만 데리고 거리와 상가를 구석구석 누볐다. 유 의원의 손을 뿌리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걱정 말고 뛰이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재만, 밑바닥 표심 훑기 복지관 찾아 ‘큰절’ 역전 장담
핵심 지지층인 노인표 공략
‘배신의 정치 심판’을 내건 경쟁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 전 청장은 이날 경부고속도로에서 대구 동구로 들어오는 길목인 ‘불로삼거리’의 바위 위에 홀로 1시간가량 서 있었다. 영하 3도의 추위 속에서 그는 ‘1번 이재만입니다’라는 피켓을 목에 맨 채 차량을 향해 연신 허리를 숙였다. 핵심 지지층인 노인표도 집중 공략했다. 이 전 청장은 율하동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설 명절을 앞두고 세배하러 왔습니다”라며 큰절을 했다. 8년 동안 구청장을 하며 쌓은 인지도 덕에 “아줌마(아내)는 잘 있어요?”, “의원은 지역 사람이 해야지”라는 노인들의 화답이 돌아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유 의원이 이 전 청장을 두자릿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청장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의 과도한 ‘진박 마케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영향이 크다. 이 전 청장은 “지금까지는 진박에 대한 역풍도 있었지만 저희가 맞을 만큼 맞은 것 같다”고 ‘역전’을 자신했다. 이날 그의 입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민심은 백중세
“굽신굽신거리는 것보다 할 말 해야”
“대통령 마음에 상처 준 것은 잘못” 바닥 민심은 백중세였다. 불로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고정희(가명·65)씨는 “(진박 이야기는) 유언비어 아니냐. 딱 싫다”며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무조건 굽신굽신거리는 것보다는 할 말을 하는 게 맞다. 유 의원도 어제 봄이 곧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유 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반면 신서동에 사는 이아무개(67)씨는 “진박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후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과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한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뒤에 박 대통령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 전 청장이 낫다”고 말했다. 대구/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관련 영상] ‘진박 어벤저스’, 권력자 레임덕을 막아라 /더 정치 #8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출사표 유 의원은 전날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4·13 총선 격전지로 첫손 꼽히는 대구 동을 지역구 사수를 위한 ‘혈투’를 시작했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뒷다리를 잡았다”, “꿀리는 사람이 반기 든다”고 연일 유 의원을 저격하며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임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지원사격하면서 선거판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는 기자들이 ‘현역의원인데 예비후보 등록을 빨리 한 것 같다’고 하자 “같은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 다른 데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원내대표직을 던지면서 남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1항을 거듭 상기시켰다. “앞만 보고 뛰겠습니다. 결과는 대구시민, 동구주민들께서 결정해주실 겁니다”라는 다짐대로 유 의원은 이날 수행원 한 명만 데리고 거리와 상가를 구석구석 누볐다. 유 의원의 손을 뿌리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걱정 말고 뛰이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재만, 밑바닥 표심 훑기 복지관 찾아 ‘큰절’ 역전 장담
핵심 지지층인 노인표 공략
‘배신의 정치 심판’을 내걸고 유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율하동 안심제1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 마음에 상처 준 것은 잘못” 바닥 민심은 백중세였다. 불로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고정희(가명·65)씨는 “(진박 이야기는) 유언비어 아니냐. 딱 싫다”며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무조건 굽신굽신거리는 것보다는 할 말을 하는 게 맞다. 유 의원도 어제 봄이 곧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유 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반면 신서동에 사는 이아무개(67)씨는 “진박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후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과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한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뒤에 박 대통령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 전 청장이 낫다”고 말했다. 대구/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관련 영상] ‘진박 어벤저스’, 권력자 레임덕을 막아라 /더 정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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