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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또 유승민 겨냥 “찍어주면 입 싹 닦는 사람”…최경환의 ‘폭주’

등록 2016-02-01 21:36수정 2016-02-05 17:43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열린 곽상도 예비후보(대구 중남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왼쪽 박근혜 대통령 얼굴은 배경 그림이다. 대구/연합뉴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열린 곽상도 예비후보(대구 중남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왼쪽 박근혜 대통령 얼굴은 배경 그림이다. 대구/연합뉴스
‘진박 밀기’ 점입가경

대구·부산 진박사무소 개소식 순회
“저 어른 울면 어쩌나, 우리라도…”
TK 당대표 자임…대놓고 지지 호소

비박계 “최경환 말 걸러서 해달라”
유승민, 예비후보 등록 “곧 봄 온다”
“최경환이 대통령이네, 대통령이야.”

1일 오후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라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구)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피 토하듯 ‘대구 물갈이’를 역설하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경북 경산·청도)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지자들의 연호에 최 의원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런 당직도 없는 평의원이지만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로 대구와 부산을 넘나들며 ‘개소식 정치’를 펼치는 최 의원에겐 ‘티케이(TK) 당 대표’란 별칭이 어색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축사에서, 또다른 진박 후보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에 밀려 대구 달성에서 중·남구로 지역구를 옮겨야 했던 곽 후보의 ‘지역구 엑소더스’를 “대통령을 위한 판단”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달성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불과 2주 전에 (중·남구로) 왔습니다. 뭐 딴거 있습니까? ‘우리 박근혜 대통령을 위하겠다’, 이런 결심에 따라 온 거 아니겠습니까?” 박수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는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서상기·조원진 의원 등 친박계도 총출동했다.

최 의원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을 포함한 대구 현역의원들을 ‘저격’하는 내용으로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된 자신의 개소식 축사에 대해 “뭐가 잘못됐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뭔가 좀 꿀리는 사람들이 (내 말에) 반기를 든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겸허하게 반성하고 용서 구하고 찍어달라고 해야지, ‘내가 뭐 잘못했는데’, 이렇게 있어가지고 되겠느냐”며 유 의원을 또다시 겨냥했다. ‘배신의 정치’ 심판론도 빠지지 않았다. “표 찍어 달랄 때도 있지만 찍어주면 입 싹 닦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곽 예비후보는 그런 사람 아닌 거 같습니다만….”

최 의원은 “아슬아슬합니다. 저 어른이 혹시나 우시면 어쩌나 싶어서. 우리라도 좀 도와야 할 텐데”라며 박 대통령에게 애틋한 대구 시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자연스레 ‘진박 후보 지원론’이 이어졌다. “대통령 정말 불쌍하다. 저 어른이 혼자 밤잠 안 자고 고군분투하는데 ‘우리가 의원 돼서 좀 도와줘야겠다’, 그래서 나온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의) 장관·수석 지낸 분들 아닙니까.”

최 의원은 곧이어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해운대기장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박 대통령을) 여당에서 정말 뒷받침해야 하는데 제대로 뒷받침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위를 넘나드는 최 의원의 ‘개소식 정치’에 대해 친박계 중진의원은 “(역풍 우려에도) 뜸 들일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 때까지 시간이 없다. 게다가 대통령 덕으로 공천받아 당선된 사람들이 대통령이 힘들 때 도와주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가 공을 들이는 티케이 지역 ‘진박 후보’들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자칫 당은 총선에서 이겨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평의원 권력자’의 광폭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들의 표적이 된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며 페이스북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 봄이 곧 올 겁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비박계는 최 의원의 ‘진박 밀기’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비박계 의원 50여명이 만찬을 함께 하면서 “총선서 꼭 살아 돌아오라”고 발언한 뒤 일제히 나선 모습이었다. 박민식 의원은 <한국방송>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경제부총리를 역임하신 분이 대구에 가서 너무 드러나게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면 공정한 경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나 계파를 지원해달라고 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점 유의해서 최경환 의원께서는 말씀을 걸러서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을 두고도 친박계와 힘겨루기를 해온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가 주장해온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데 동의했다.

대구·부산/서보미 기자, 김남일 이경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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